운명 같은 순간

운명을 믿으세요?

by 황태


어제 한화와 LG의 야구 경기를 봤다. 그 전날 아쉽게 동점으로 비긴 상태라 어제 경기의 승패에 따라 1,2위가 결정지어지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LG의 투수가 너무 강력해서 순식간에 4점을 줘버리고 말았다. 남편이 이미 끝났다면서 더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그만 보자고 했다. LG 투수가 던진 공을 한화는 절대 못 칠 거라고. 그 말에 울컥했다.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리모컨을 뺏어왔다. 승패가 경기 초반에 결정되어 버린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


리모컨을 단단히 사수한 채 계속해서 경기를 이어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선수의 안타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5점을 따라잡은 것이다. 어떤 굉장한 흐름이 밀려온 듯이 순식간에 역전을 했다. 그리고 역전을 하자마자 바로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한화는 위태위태하게 점수를 내고 있었기에 조그마한 실수 하나에 바로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5:4로 이긴 상태에서 우중 경기 취소가 되어 승패가 그대로 결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장대비의 타이밍이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LG가 분위기를 뒤집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마조마했는데 흐름을 잡은 한화는 계속해서 점수를 만들어 냈고 LG 투수와 수비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한화는 홈런까지 추가로 만들며 10:5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우중 취소로 인한 승리가 아닌 완벽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5점으로 역전을 하자마자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며 인생에는 어떤 운명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LG의 경기력을 차갑게 식히고 한화에게 찾아온 흐름을 묵직하게 고정시킨 장대비였다. 그 극적인 타이밍과 효과를 가진 운명의 전환점과 같은 사건이 언제나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운명을 붙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뒤로 미루거나 운명을 나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담대하게 부여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명은 어떻게 붙잡아야 할까?


일단 운명이 찾아왔을 때 그걸 붙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한화도 2등을 유지할만한 팀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붙잡아 단숨에 흐름을 바꾼 것일 테다.


무언갈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놓을 수 있는 운명이 오기 전에 놓을 준비를 해야 하고, 무언갈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얻을 수 있는 운명이 오기 전에 얻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게 운명과 같은 사건 또는 기회가 갑작스럽게 찾아왔을 때 뒤 돌아보거나 망설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운명의 사건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따르려고 할 때는 항상 걱정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서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전개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념들을 떨쳐버리고, 후회조차 받아들일 자신감으로 용기를 가지고 운명을 받아들여 보는 것이다.





운명을 알아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