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만 실천해도 내 일상이 된다. 일상은 나를 지탱한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 연휴 동안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명목은 가족여행이고 패키지여행이었지만 오랜만에 해외에 가는 거라 너무 신났다. 충분히 여행을 만끽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여행지의 설레는 풍경이 아닌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마침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연휴인 기간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아 한 시간씩 더운 곳에서 대기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3일 중 2일에 여행 일정이 몰려있어서 쉴 틈 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그 정신없는 여정 속에서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나의 일상이 필요했다. 나의 일상을 언제든 손쉽게 꺼내어 펼칠 수 있도록 카테고리화(?) 해야 했다. 그래서 하루에 다섯 가지만 실천해도 하루를 더할 나위 없이 잘 살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첫째, 저녁에 샤워하기
홍콩에서 아무래도 숙소가 낡고 더러운 탓에 화장실에서 씻기 너무 싫었다. 그래도 눈 꼭 감고 샤워를 하고 나면 상쾌함이 몰려오면서 하루를 잘 마감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홍콩에서 돌아와서 집에서 쉬는 동안 저녁에 샤워만 안 했을 뿐인데 다음날 아침을 시작하는 기분이 달랐다. 하루의 끝에 샤워를 하지 않으면 오늘이 어제의 연장선이 된 느낌이었다. 오늘은 오늘 끝맺어야 한다. 오늘은 오늘만 살아야 한다. 오늘을 내일로 연장해서는 안된다.
둘째, 쾌변 하기
쾌변이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비가 심한 사람으로서 하루에 한 번 쾌변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적당량의 움직임이 없으면 절대 쾌변 할 수 없다. 그 반증으로 나는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에는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또 이번 여행에서 제때 적당량의 밥을 챙겨 먹고 또 잘 움직인 덕에 화장실을 잘 갔다. 주말에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과자로 밥을 때우거나 혹은 너무 많이 먹어도 화장실을 못 간다. 쾌변은 규칙적인 생활의 척도다. 매일 내가 쾌변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규칙적으로 먹고 움직인다면 나의 일상 2번째는 완성된다.
세 번째, 오늘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를 인지하기
그 방법은 간단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말해 살아나가는 오늘 중에 나의 의식을 환기하는 것이다. 패키지여행 속에서 바쁘게 일정을 따라가다가도 문득 나의 의식을 환기해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생각하는 것, 수많은 인파들을 짜증스레 바라보다가도 문득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 상황이 언제 또 일어날까 하며 웃음 짓는 것, 아침 집합시간 전에 빠듯하더라도 굳이 나가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오며 거리의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들이다. 나의 의식을 환기하지 않는다면 오늘에 매몰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하루 한 번이라도 환기를 하게 되면 그 순간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나의 충만한 하루에, 풍요로운 일상에 일조한다.
네 번째, 웃음 지을만한 에피소드 만들기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웃기거나 부끄럽거나 하는 등의 특정 기억들은 뇌리에 남아 잊히지 않았다. 특히 그 에피소드가 웃음 지을만한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 하나에도 하루가 풍성해진 기분이 들곤 한다. 여행 첫째 날의 에피소드는 가족들과 여행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한 바퀴 돌면서 영상을 찍으며 웃었던 에피소드다. 둘째 날은 페리를 타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사람들 속에 서서 기다릴 때 너무 지쳐서 주저앉고 싶던 순간에 갑자기 가이드가 인원 파악을 위해 한 손을 들라했고, 그 순간 경보음이 울려서 마치 클럽의 박자를 타는 것처럼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탔던 에피소드다. 음악과 교감한 순간이다. 셋째 날은 홍콩달러를 다 써버리고 비자카드로 지하철 티켓을 끊으려 했는데 끊어지지 않아서 온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트레블카드에 환전을 하고 ATM기에서 인출을 해 겨우 지하철을 탄 에피소드다. 자유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낀 순간이랄까. 마지막 날은 다 같이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돌아가는 길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손금을 보며 킬킬거렸던 순간이다. 오늘 하루의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의적으로 기억을 끄집어내어 웃음 짓거나 고의적으로 웃을만한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의 하루는 탄탄해지고 하루가 모여 나의 삶이 다채로워진다.
다섯 번째,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딱 한 가지만은 꼭 하기
여행을 다녀와서 봄맞이 대청소를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그래도 하루는 다림질을 했고 하루는 빨래를 했다. 여행 첫째 날은 먹고 싶었던 에그타르트를 먹었고, 둘째 날은 아침에 라테를 사 왔다. 셋째 날은 땀범벅인 상태에서 캔맥주를 사서 마셨고 마지막날은 영상을 만들었다. 소소하지만 꼭 한 가지씩은 하자는 계획을 지키게 되면 그 성취감은 내 하루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해야 하는 일의 계획만 세워놓고 다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모조리 미루기보다는 딱 한 가지 씩이라도 해보는 거다. 그 목표는 소소해도 된다. 나의 성취감을 위해 하루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하나씩 목표를 세우고 지켜보자.
여행을 가서야 나에게 있어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에 가서도 일상을 사는 법 또한 깨달았다. 일상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단순화해 보자. 그리고 언제든지 항상 소지해서 손쉽게 꺼내어 살아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