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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대한 고찰

홍콩의 효도

by 황태

홍콩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이드에게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홍콩은 일단 상속세가 없고, 우리나라처럼 장남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한다. 모든 자녀들이 부모님을 잘 모셔야 하고 필요하다면 시터를 고용하는 비용을 다 같이 부담한다. 매주 주말이면 식당에 3대의 식구가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한다.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집에서 자녀 간의 알력다툼이 항상 존재한다고 한다.


물론 홍콩의 모든 사람들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 주말마다 양가의 부모님을 번갈아 보시고 식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효도를 위해서는 일말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명절마다 할머니 댁에 가야겠다 싶다가도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서 못 내려가기 일쑤다.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드려야지 싶다가도 잊고 살기 십상이다. 부모님께 무언가 해드리고 싶다가도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 뇌리에 스친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되었거나, 나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비용에 직결된 문제는 잊으래야 잊을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다.


사랑이라는 개념은 항상 저 높이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 찌들어 살아가는 우리는 저 하늘 위를 바라볼 일이 잘 없는 것 같다. 나의 생활과 안위가 우선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같은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들은 왜 자식이 우선순위일까?


내가 부모가 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단 영유아기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한 자금, 유치원에 다니게 하기 위한 자금, 초중고등학교 동안의 사교육비, 생활물품비용, 대학교 등록금 또는 자취를 한다고 했을 때 지원해 줄 자금, 결혼을 위한 자금 등 끊임없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자금 계획에 대해 이렇게 속속들이 계획하고 있지 않다. 환갑잔치를 위한 돈을 모으고 있을 정도랄까.


다시금 홍콩의 풍경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냥 잘해서는 안될 것이다. 끊임없이 부모님의 부족과 불편, 필요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들이 기뻐하실 지에 대해, 매년 어떻게 다르게 기념일을 챙겨드릴지 고민하게 된다. 당장 귀찮더라도 부모님과의 시간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식당에는 3대의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은 테이블이 가득 들어차게 될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의 자식을 위한 인생계획과 나의 부모를 위한 인생계획을 나란히 줄 세워 비교해 본다. 받은 헌신의 크기만큼 갚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생신, 어버이날 정도는 챙겨드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명절만큼은 나의 휴식보다 효도를 우선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사랑의 크기를 항상 의식해야겠다. 사랑이 잠식되지 않도록 언제나 꺼내어 들여다봐야겠다. 그런 이유에서 어버이날도 만들어진 것이겠지. 일 년에 딱 하루라도 나보다 부모님을 우선시해보라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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