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2)

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by 봉봉

2. 럭키 이과장, 이번엔 굿 럭이다!


재미있는 일로 돈을 버는 일은 결단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는 30대 중반의 워킹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퇴사를 꿈꿨다.

‘재미있는 일’이라기보다, ‘의미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재미 추구가 아닌 보람을 느끼거나, 스스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 효능감을 느끼는 일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회사일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충분히 마음만 달리 먹으면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는 회사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라는 개념이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사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 럭키 이과장이었다.

회사 공채 시험을 보게 된 계기도, 입사를 한 시기도 정말 운이 좋은 편이었다. 회사 생활도 편하다면 편하게 했던 것 같다. (나를 정말 미워하고 질투하던 여자 과장이 있어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엉엉 울었던 것 같지만, 나름 즐거운 회사생활을 했다.) 괴롭힘을 20대의 밝음으로 이겨내며 일을 해서 일까? 좋은 상사를 만나서였을까?

동기들보다 더 빨리 승진을 했다. 운이 좋았다.

동기들도 나만큼이나 열심히 회사 일을 했고(대부분), 다들 첫 번째 승진을 빨리 하고 싶어했다. 첫 승진이 그 다음도, 또 그 다음도 더 빠르게 만들어줄테니.

사원에서 대리를 빨리 달았다. 그저 운이 좋았다.


첫 승진은 빨랐지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휴직으로 다음 승진은 결코 빠를 수 없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하자 승진대상자였다.

과장을 달았다. 운이 좋았다.


퇴사하고 난 후에 회사 동료를 통해 들어보니, 그 당시 회사 사람들은 다 내가 계산하고 휴직과 복직을 했다고 소문이 났다고 한다. 아니. 나는 그걸 계산할 정도로 한가하지도, 그런 셈이 빠르지도 못한 걸. 모두 지난 일이니 하하 웃어 넘기고 말았다.

그런 소문이 날 정도로 운이 좋았던 이과장이었다.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하는 일상의 반복.

업무는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민원 응대.

보수적인 공공기관 특유의 분위기와 관습.

이 모든 것들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늘 답답함을 느끼던 회사생활에 잠시 돌파구가 생겼다.

사업의 첫 발을 들이게 된 것.

사업이라고 하니 아주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째가 심각할 정도로 코피로 고생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두돌이 막 지난 아이의 코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했다. 코피를 막아도, 막아도, 그냥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그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했다. 아이가 코피를 쏟았다고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했다. 매일 여벌옷을 바꾸어 보내야 했고, 낮잠이불은 일주일마다 빠는 것 아니었나.... 낮잠이불도 상시로 두 개씩 준비해두어야 했다.


아무것도 안했을 리가 없다. 소아과, 이비인후과 문이 닳도록 다녔고, 지혈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일단 지혈은 되니 큰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안연고를 처방받았고, 온습도를 잘 맞추어 주라는 당부의 말씀을 늘 하셨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 온습도는 늘 맞추고 지냈다.)


그 정도와 횟수가 줄지 않으니, 걱정되는 마음이 정말 컸다. 다니는 소아과 의사선생님께서 소견서를 써주시고,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한번 가보는 것이 어떠겠냐고 하셔서 당장 가보겠다고 했다. 당장은 무슨?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아이가 코에서 코피가 흐르기도 전에 “엄마, 피냄새가 나요. 코피가 나올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며 한 달을 기다렸다.

아이 코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하면 피가 목으로 넘어가면 안되니 벽에 기대어 앉아서 둘이 꾸벅꾸벅 졸며 한 달을 버텼다.


그렇게 기다리고, 뭔가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안고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작은 아이의 팔에 주사기를 꽂으니 아이는 울고, 힘들어했지만 더 이상 코피를 많이 흘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 아이를 달래고 또 달랬다.


인생은 늘 장밋빛이 아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면 재미가 없나보다.


검사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더 정밀 검사를 원하면, 그렇게 해줄 수는 있으나 이 어린아이를 수면마취 해가며 기계에 넣을 필요가 있냐고 물으셨다.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건강하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아이의 코피에 해결방법이 없는 건 좌절스러운 일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

민간요법이라도, 그 어떤 방법이라도 해봐야 했다.

우리집은 코피자국으로 가득했으니까.

아이는 코피 때문에 잠을 못자고, 잠을 못자니 피곤하고, 피곤하니 또 코피가 났다.

나도 살아야 했다.


뭐라도 해보자.

코피, 지혈에 좋다는 환경을 조성하고, 좋다는 음식을 검색해서 먹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 음식이 있었다.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사업아이템.

럭키 이과장, 이제는 굿 럭이다.


사업? 그거 만만치 않을텐데?

작가의 이전글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