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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우주_필라테스가 가르쳐준 인내의 기술

보이지 않는 변화의 시간

by 글쓰는 디자이너

출산 후 1년 동안 주 2회 개인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처음 필라테스를 접했을 때의 기대와 달리, 필라테스는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근육들을 깨우는 과정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매번 고통이 찾아왔고, 몇 개월이 지나도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근육들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6개월 무렵이었을까. 문득 내 몸에 힘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떨리던 자세가 어느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힘들었던 동작들이 조금씩 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작은 욕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5초만 더 견뎌보자." "이번 한 번만 다리를 정확한 자세로 해보자."


매일 같은 챌린지를 내 자신에게 던졌다. 물론 모든 도전을 이겨낼 수는 없었지만,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오늘은 딱 5초만 더 견뎌내 보자!"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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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5초는 시계로 재면 짧은 시간이지만, 견디는 그 순간은 마치 우주와 같았다. 5초 동안 나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잘했던 일, 아쉬웠던 순간들, 부끄러웠던 기억들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1년간의 필라테스를 통해 나는 '5초의 미학'을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은 일상으로 번져갔다.


프랑스어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돼도 '한 번만 더 읽어보자'. 남편의 하루 이야기가 지루해도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주자'.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웃자'.


필라테스에서 배운 5초의 인내는 삶의 작은 순간들로 흘러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내 인내심을 키워주고 있었다.


필라테스는 근육만 키워주는 것이 아니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인내의 가치를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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