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우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50명의 여자들

그 이야기 안에서 그녀들은 기어코 스스로 강해지는 선택을 했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2025년 12월, 엄마들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에서 '뭘 해도 잘 하는 나를 만들어 보자'는 슬로건으로 1년간 같이 공부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했다. 나는 바로 지원했다.


그 당시 나는 지독한 출산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마흔하나에 혼자서 상하이에서 출산하고 아기를 키우며 '이루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빨리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몰려왔다.


이 불안의 뿌리는 코로나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나와 남편의 동반 실직으로 우리 가족은 하늘에 붕 뜨게 되었다. 상하이에서 계속 살아야 할지, 프랑스로 이주해야 할지,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답답함과 불안함, 별거 아닌 것 같은 일들이 쌓여 나를 오랫동안 갉아먹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고 우울한 시기에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주 2번 밤 11시에 모여 정해진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나누고 특강을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단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별종인 엄마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하는데 자기계발에 진심인 사람들, 밤 12시까지 일하면서도 자신을 키우겠다고 나오는 사람들, 불우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기고 자기만의 인생을 사는 사람. 아직 가슴 한구석에 '꿈'을 간직하고 있고 기어코 이루어낼 사람들.


이곳은 내게 가장 힘든 시간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게 도와준 곳이었으며, 언제나 울어도 되고 위로받을 수 있었던, 그리고 기어코 나를 울리고 마는 곳이었다.


내가 아닌 50명의 여자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첫 만남, 2분 남짓한 자기소개 시간은 그것들을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 목소리에서 그녀들이 견디며 만들어낸 단단함을.


그 이야기 안에서 그녀들은 기어코 스스로 강해지는 선택을 했다.

환경에 지지 않고 스스로 살아내는 그녀들을 보며 나도 현실에 주저앉아 울기보다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가고 싶어졌다.


뭐라도 하나씩 해내고 싶어졌다.


프랑스라는 낯선 땅에 떨어져 막막해하던 시기, 그녀들이 곁에 있어 준 덕분에 그 힘든 시간을 잘 적응하고 버텨낼 수 있었다. 이제 함께하던 시간은 끝났고, 진짜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분명 앞으로도 고난의 언덕을 만나고 사무치는 외로움도 마주하겠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넘어져도 다시 하면 되니까. 그녀들에게 배운 그 '다시 일어서는 법'이 나에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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