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플랫폼에 작성된 이전 회사 리뷰를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좋은 마음으로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글이 있을 수 없는 공간
나 또한 그런 글을 남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오랜만에 검색해본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서 발견한 글
‘기획자는 능력이 없는데 잘하는 줄 알고 있고’
누가 썼는지 명확하게 보였던 글
해당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소수였기에 서로가 서로를 특정할 수 있었던 글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의지하던 사람의 글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그렇지 신입 기획자가 무슨 능력이 있어.. 그렇게 생각할만하지’ 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주니어로 시작해 나름 나쁘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 글이 꽤 속상하긴 했지만 별수 있나 아직 부족하다는데
하지만 이상하게 점심시간 즈음에 읽은 글이 저녁이 되어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 글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고 내가 뭘 못했는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인정하고 넘어가면 될 말이 왜 이렇게 내게 날카롭게 날아와 꽂힌 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남에도 나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그 상황에서 뭘 더 어떻게 잘했어야 해? 난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어
애초에 신입이었잖아?? 주니어한테 뭘 바래?
내가 뒤에서 얼마나 애썼는데
게다가 이런 얘길 왜 이제와서 하고있어?
이런 변명거리들..
시간이 더 지나니 서럽기까지 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진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두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얼마나 애썼는데
게다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했는데
내 앞에서는 좋은 말만 그렇게 해놓고..
차라리 못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고치라고 해주지
왜 뒤에서 이런 말을 해? 지금도 나랑 연락 중이면서!!!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내 노력은 보잘것없는 것이라 느껴지기까지 했다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는데도 이 짧은 한 문장이 잊혀지지 않았고 쉽게 회복되자 않을 것 같았다
두 시간쯤 더 서럽게 울어재끼다가 이 일을 이렇게 넘길 순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독해질 거다 누구도 내 노력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 거야. 그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말에 상처받는 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밖에 안돼
더 공부하고 더 유능해질 거야 난 계속 나아질 거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거야
이렇게 뒤에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성장을 앞에서 옆에서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더 치열하게 살 거야
다짐을 잔뜩 써내려 가고 나서 처음으로 유료 강의를 결제했다
공부해야지
내가 부족하다고 하잖아
이건 성장통이야
인정하고 나아가면 될 문제다
그래 나는 지금 능력 없는 기획자다
하지만 앞으로도 능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기에
언젠가는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되었다고 모두 이 글을 써준 당신의 덕이라고 말하고말거다
자극 없던 요즈음의 내 삶에 동기를 부여해준 당신께 감사 드리며 오늘의 생각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