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나씨 Apr 11. 2023

안녕하세요 능력 없는 기획자입니다

채용플랫폼에 작성된 이전 회사 리뷰를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좋은 마음으로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글이 있을 수 없는 공간

나 또한 그런 글을 남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오랜만에 검색해본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서 발견한 글

‘기획자는 능력이 없는데 잘하는 줄 알고 있고’


누가 썼는지 명확하게 보였던 글

해당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소수였기에 서로가 서로를 특정할 수 있었던 글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의지하던 사람의 글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그렇지 신입 기획자가 무슨 능력이 있어.. 그렇게 생각할만하지’ 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주니어로 시작해 나름 나쁘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 글이 꽤 속상하긴 했지만 별수 있나 아직 부족하다는데



하지만 이상하게 점심시간 즈음에 읽은 글이 저녁이 되어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 글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고 내가 뭘 못했는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인정하고 넘어가면 될 말이 왜 이렇게 내게 날카롭게 날아와 꽂힌 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남에도 나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그 상황에서 뭘 더 어떻게 잘했어야 해? 난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어
애초에 신입이었잖아?? 주니어한테 뭘 바래?
내가 뒤에서 얼마나 애썼는데
게다가 이런 얘길 왜 이제와서 하고있어?


이런 변명거리들..

시간이 더 지나니 서럽기까지 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진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두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얼마나 애썼는데
게다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했는데
내 앞에서는 좋은 말만 그렇게 해놓고..
차라리 못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고치라고 해주지
왜 뒤에서 이런 말을 해? 지금도 나랑 연락 중이면서!!!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내 노력은 보잘것없는 것이라 느껴지기까지 했다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는데도 이 짧은 한 문장이 잊혀지지 않았고 쉽게 회복되자 않을 것 같았다


두 시간쯤 더 서럽게 울어재끼다가 이 일을 이렇게 넘길 순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독해질 거다 누구도 내 노력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 거야. 그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말에 상처받는 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밖에 안돼
더 공부하고 더 유능해질 거야 난 계속 나아질 거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거야
이렇게 뒤에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성장을 앞에서 옆에서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더 치열하게 살 거야


다짐을 잔뜩 써내려 가고 나서 처음으로 유료 강의를 결제했다


공부해야지

내가 부족하다고 하잖아

이건 성장통이야

인정하고 나아가면 될 문제다



그래 나는 지금 능력 없는 기획자다

하지만 앞으로도 능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기에

언젠가는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되었다고 모두 이 글을 써준 당신의 덕이라고 말하고말거다


자극 없던 요즈음의 내 삶에 동기를 부여해준 당신께 감사 드리며 오늘의 생각 정리 끝


작가의 이전글 비움의 새로운 방법, 기억의 나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