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닭(rooster), 숫탉(cock), 암탉(hen), 어린 수탉(cockerel), 병아리(chick)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우리는 그냥 치킨(chicken), 즉 '닭고기'로 통한다.
인간들은 우리를 정말 사랑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달걀에서 다리, 가슴, 날개, 발까지 우리의 모든 것을 애정으로 흡입한다. 좋다. 나는 그것을 우리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온몸을 다 내어줄지언정 우리의 이름이 인간사회에서 비하되는 것은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Chicken out 쫄다, 겁먹고 꽁무니 빼다.
He chickened out. 걘 쫄았어.
우린 겁쟁이가 아니다.
장닭이 우렁찬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격언은 '닭이 울면 새벽은 온다'라는 웅장한 서사에서 비롯된 것을 알고 있는가?
영국이란 나라에서 투계 싸움(cock fight)이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었음을 알고 있는가?
젊고 용맹한 수탉이 그의 며느리발톱을 자랑하며 우뚝 서있는 어느 EPL 인기 구단의 엠블럼을 본 적 있는가?
삶고, 굽고, 튀겨질 운명을 알고도 우리가 태어날 것을 거부한 적이 있는가? 우리의 긴 목이 두려움으로 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왜 인간들은 우리를 비겁의 대명사로 사용하는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달린다. 브레이크 없이 충돌 코스로 달리는 두 대의 자동차 중 겁에 질린 하나가 방향을 바꿔 피한다. 인간들은 이 무식한 경기를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라 부르고, 달아난 패자를 겁쟁이(chicken)라 부른다. 우리가 죽음을 피한 적 있던가? 목을 비틀기 위해 뻗어오는 그대들의 야만적인 손길을 우리가 거부한 적 있던가? 충돌을 불사하고 직진하는 그 용감한 자동차야말로 닭벼슬같은 우리 치킨들의 자존심 아니던가?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며칠 후 아마 순살로 튀겨져 여러분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