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마른 잎들이 바람에 뒹굴고, 쌓여간다.
은행나무의 노란잎들은, 이제나저제나 바람을 타고 날 기회를 엿보며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입동이 지난 지도 여러 날이 되었으니, 계절은 어김없이 겨울로 가고 있음이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 더 붙잡아 둘 심산으로 가을꽃을 샀다.
선명한 다홍빛으로 농익은 남천의 열매와 짙은 자주에 가까운 홍국화가 간택되었다.
퇴근 후, 종종걸음을 앞세워 집으로 향한다.
옷도 벗지 않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병을 찾아 설레발이다.
남천과 딱 어울릴 화병을 들고 베란다를 나오다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다.
아이쿠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을 몰아쉰 후, 본격적인 꽃꽂이 타임이다.
붉은 남천의 열매는, 아래로 처지게 내려 가을 열매의 풍요로움을 표현한다.
그 사이사이 홍국화를 꽂고, 남천의 푸른 가지, 붉은 가지는 부소재로 쓰여 풍성함을 드러낸다.
어느새 붉고 풍성한 가을이 거실의 빈 공간을 채운다.
한동안 가을은 우리 집 거실에 머물며, 붉고 풍성한 곡조로 행복을 노래할 것이다.
3주째 말간 얼굴과 은은한 국화향으로 가을로 이끌었던 노란 국화와는,
아쉽고 감사한 고별의 인사를 나눈다.
내년 가을에도 말간 그 얼굴로 또 만나자.
가고 오는 작은 몸짓에 담긴 인생의 순리는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꽃을 사고, 만지고, 작품을 만드는 그 일련의 과정 중 어느 하나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음을 고백한다.
은은한 꽃향기와 싱그러운 풀냄새로 기분은 상쾌해지고, 설렘과 상쾌함은 콧노래로 흐른다.
온 세상이 꽃 천지인 들판에 서, 두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든 발레리나처럼
행복에 겨워 빙글빙글 맴을 도는 마법에 취하게도 한다.
마법의 시간을 선물한 내게 잘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꽃은 언제나 행복이다.
꽃을 보고 웃지 않는 순간은 정녕 없다.
꽃만 보면 바보처럼 비실비실 웃게 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풀어헤친 가슴팍 마냥 무장해제가 된다.
내게 꽃은 행복이며 진리이다.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삶의 태도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풍성한 삶을 일구는 씨앗이다.
저마다 행복의 씨앗을 지니고 살기를.
가는 가을의 아쉬운 맘을 꽃에 담아 행복으로 채워본 하루였다.
#남천 #홍국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