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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Aug 29. 2020

소설(小說) 대한심(閑心)국 5회

코로나 시대(4)

 2월 18일     


대구에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습니다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던 터라 충격을 더 하고 있습니다더욱이 이 환자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2차례에 걸쳐 예배를 참석하고지인의 결혼식까지 다녀왔다고 합니다.”     


죽음에 성역이 없듯이, 전염병에도 성역은 없었다. 신을 잘 믿고, 혹 착하게 살면 걸리지 않을 거로 믿었을지 몰라도 그런 믿음은 과거 동치미 국물 먹고 전염병을 이겨냈다는 식의 미신과 다를 바 없다.

 전염은 철저히 과학적으로 인간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감염자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함께 이동한 사람들이 걸릴 확률이 높고, 혹 함께 식사하면 입에서 나온 분비물을 통해 전염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전파였다. 

 처음부터 성역이라고 생각한 게 교만이자, 판단 오류였다. 원래 미신은 상식을 무시하고, 자아가 겪은 초월성에 집착하게 한다. 집착이 결국 사람을 죽이고, 그런 죽음까지도 정당화하는 무서운 사이비로 변질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조금씩 퍼진 병이니 당연히 아래 지역에도 전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그동안 감염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대비하는 게 당연했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몇 년 전에 경험한 메르스만 떠올렸어도 준비하고도 남았을 것을.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니 시민들의 답답함은 꽉 막혀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퇴근길 만원 전철 안과 다를 바 없었다.     


“31번 확진자의 동선을 보면앞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올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31번 확진자 동선을 보건대꽤 많은 확진자가 추가될 거라 예상합니다.” 

특히감염된 상태에서 두 차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갔다고 하죠?” 

그렇습니다입원 병원에서 코로나’ 진료를 권유했으나외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31번 확진자와 관련한 이야기가 보도되고, 보도를 지켜본 시민들의 얼굴은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의 회색 벽면과 같이 굳어져 있다.     


이거 뭐야?” 

. 31번 확진자 동선이 만만치 않습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갑자기 불어온 전염병 태풍으로 시장의 갑갑함이 혈류를 따라 온몸에 퍼진다.      


확진자가 돌아다녔다고 해서 다 전염되는 건 아니지?” 

면역력에 따라 다르고실제로 이 환자 전까지 전국에 겨우 30명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상황을 잘 살펴야 할 거야!”      


애써 불안한 상황을 외면하고, 믿고 싶은 바람으로 대체하려 한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듯, 당장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해님과 달님』 속에 나오는 오누이에게 내려 온 동아줄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화가 아니다. 동아줄은 전래 동화 속에서나 가끔 보일 뿐, 현실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시장은 꿈이길 바란다. 그러나 눈을 떠도 가위눌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시장’이라는 명패가 계속 이미 퍼졌어늦었어!’라고 속삭인다.     


얼마나 접촉했지?” 

최소 1,000명은 넘는 거로 보입니다.” 

완전 무더기구먼.” 

아직 확진자가 등장하고 있지 않으니경과를 두고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래도 브리핑은 해야겠지.” 

브리핑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그렇게 해놓고 전염이 별로 없으면신속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을 보필하는 비서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심약한 시장을 몇 년 가까이에서 지켜보아 온 터라 이번 사태로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게진작 여러모로 준비했어야 했는데주변에서 그런 식견으로 권하는 참모들이 없으니.’     

정 실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시장이 심복처럼 여기는 정 실장은 이미 시의원을 두 어 번 지내고, 시청에서 시장 다음의 위세를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겉으로 그 위세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이권과 관련한 일에는 조용히 힘쓴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키에 앞머리 숱이 최근에 많이 줄어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정 실장이 짧은 보폭으로 나타난다.     


그래시장님은 안에 계시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한 페렴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알겠네들어가겠네.”     


잠시 머뭇거렸지만, 심호흡하고 묵직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작게 노크를 한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잠시 기다리다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시장은 이미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정 실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시장님 저 왔습니다.”

그래서어떻게 할 거야?”

일단얼마나 전염됐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그러니 조금씩 상황을 봐 가면서 조치하시면 되지 않을까요그리고 신천지에 국한된 상황으로 종결할 수도 있으니최대한 책임을 회피할 방법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당장은 어떡하고?”

일단브리핑 하시면서 주로 신천지를 많이 언급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답답하다정 실장.”

최대한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제적 조치를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직면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당장 어떤 상황이 될지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편리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괜히 극성을 떨어봐야 지지율만 떨어질 뿐이다.’     


정 실장은 청사를 나서면서 복잡한 도로를 훑어본다. 여기저기 얽히고설켜서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도로가 자신의 머릿속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 버린 알렉산더의 칼은 도대체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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