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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ul 17. 2017

뷰티 인사이드 #2

우리 헤어지자. 그게 좋을 것 같아

좋아하게 되다.


늘 가던 곳이었는데, 늘 이맘때 햇빛이 저기쯤에 걸릴 때 이 곳을 왔는데, 그동안 몰랐었다 당신이 있는 줄. 웃음이 환한 여자였다. 머리가 길어 수시로 쓸어 넘기는 모습과 겨울에 내리는 햇살과 같은 온기를 지닌 미소, 적당히 따뜻한 음색이 말을 잊게 하는 신기한 여자였다. 말을 건네 보고 싶었다. 나에게 다가와 이 의자를 얘기하고 저 책상을 얘기하는 것 말고,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저 목소리와 얼굴과 향으로 느끼고 싶었다.

매일매일 찾아갔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갔다. 당신과 지극히 평범한 저녁의 평범한 식사를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지 그녀가 사랑할 오늘의 나를 지킬 수 없기에 불가능할 뿐이다. 그렇지만, 괜찮다면 한 번만이라도 욕심내어 용기를 드러내고 싶었다.

저기.. 이 의자가 나을까요. 아까 얘기하신 그 의자가 나을까요. 나무가 나은 건가. 철제가 나은 건가.. 스테이크가 좋아요? 아니면.. 초밥이 좋아요?

번듯한 얼굴이 된 날, 너에게 말했다. 평범한 저녁을 같이 하자고, 그리고 마치 누군가 인심이라도 쓴 듯 잠깐의 호의(好意) 같던 시간이 지나 너에게 나의 비밀을 말하게 되었고, 너는 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 해주었다. 사랑하는 너와 오늘도 내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행복이었다.


미처 알지 못했다. 


꽤 오랫동안 '행복'이란 것을 모른 채 살아오면 갑작스레 맞이한 행복에 정신을 놔버리기도 한다. 일도 걱정도 배려도 잊은 채, 이 순간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거란 근거 없는 확신으로 무책임한 인간이 돼버린다. 행복에 따라 틀리겠지만 이번은, 나의 행복이 그녀에게 평생의 행복이 될 수는 없었다.

매일매일 다른 모습의 나인만큼, 이수 너는 다양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거짓 없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는 무책임한 용기가 너에게 부담이 될 줄은, 너의 삶에 고비가 될 줄 몰랐다. 왜 몰랐을까, 내가 너라면 네가 나였다면, 이 사랑이 지속될 수 있었을까?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며 살자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나라도 듣지 못했을 텐데.

나라도 어려웠을 거야. 이 세상은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하고 살아갈 때 가능한 거니까.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에 의해, 원래의 세상과 나의 세상 그 중간쯤에서 괴로워하는 걸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미안해.

우리의 끝


눈이 내리는 저녁이다. 햇빛도 마감을 쳐 더 추울 만도 하것만, 이 눈 덕에 포근하니 좋았다. 오늘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이별이 마냥 슬프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헤어지자. 그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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