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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과 사死의 무의미한 경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by 전성배

어쩌면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논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생生이라 불리는 숨을 쉬는 삶과 사死라 불리는 숨이 멎은 삶은 시공간이 시간과 공간의 공존을 말하듯, 그와 비슷한 형태로 우리가 밟고 사는 이 공간을 동시에 가득히 채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수한 계획과 미래에 대한 포부, 꿈, 목표, 희망 따위를 세우며 우리는 현재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되감을 수 없는 필름을 계속해서 풀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은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지금의 가치를 미래에 가치에 걸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것은 엄연히 같은 지분으로 이 공간을 점하는 생生과 사死 사이에서 편파적인 행위였음을 깨달았다. 물론 사死를 생각하며 사는 이는 없다. 그것을 준비하려는 이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죽음을 알고 살아가는 이 만큼 고독하고 쓸쓸한 자 또한 없다.


생生을 보며 살아가도 빠듯한 세상이다. 영생永生을 누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쌓아가는 무량無量의 꿈과 목표가 되려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편파적인 행위였음을. 눈을 감은 한 명을 통해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바로 그저께 일이었다. 이름보다 더 얼굴이 익숙했던 유명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불과 며칠 전에 처음으로 영화를 통해 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 말하던 그의 굵직한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를 맴돌며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매체에 드러냈던 용기는, 불과 얼마 전에 화면을 타고 흘러나왔었다.


그런 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을 절실히 실감했다.


한 유명인의 타계他界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누군가와 사별하는 것과 같았다. 그의 주름이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간은 십 수년이었고, 일부의 가정사와 나이, 버릇과 말투, 직업까지 알던 사람이었다. 한 명의 유명인은 만인에겐 지인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조금은 먼 벗의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말 그대로 준비 없는 이별이었다. 준비 없는 영원한 헤어짐이었다.

나는 잠시 발을 멈췄다. 생生으로 빛나기만 하는 앞을 응시하던 시선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빛과 대비적인 어두운 사死가 짙은 색과 부동의 자세를 유지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死는 빛을 갈망하고 빛에 치우쳐 있을수록 그 색을 더 짙게 그리고 있었다. 뒤로 몇 걸음 미뤄야 했다. 빛을 조금 줄여 이 짙어진 어둠을 옅게 해소해야 했다.


평생을 살아 낼 듯이 삶을 갈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도 삶에서 멀어질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했다. 삶의 이치가 '중립'에 있다는 것은 진실이었다.


사실 죽음이란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셀 수 없는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유명인의 죽음조차 일부 일정도로 무심하고 날카롭게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모습으로 일어난다. 준비할 여력 조차 주지 않고 급하게 손목을 낚아채며 끌고 가는 일도 서슴없이 벌인다. 그렇기에 죽음이란 한 사람의 마음에 남기도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하나, 당신은 달랐다. 배우 김주혁의 타계他界는 많은 이들에게 슬픔으로 남은 만큼 깊은 고찰의 시간을 갖게 했고, 앞만 보며 살던 날들을 잠시 멈추게 하여 생과 사의 공존을 되짚고 한번 더 중립의 위치를 지켜야 함을 깨닫게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라는 드라마 대사가 있다. 타이핑된 문장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기에 딱딱해 보일 수 있으나 목소리가 담기는 순간, 비통함과 희망의 말로 변모 한다. 나는 지금 이 문장을 수십 번째 소리 내어 읊고 있다.


떠나간 당신을 부여잡고 다시 머물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삶은 흐르는 것이 이치고, 번복할 수 없음이 절대적이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남은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당신에게 위안이 되길 바랄 뿐이다.


삶은 얼마나 많은 이에게 남느냐가 아니라, 단 한명일 지라도 얼마나 깊게 남느냐에 가치가 있다.


그리고 당신은 많은 이에게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남았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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