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이별 후 마치 뜬구름처럼 살아가는 이를 보았다. 그는 '이별'이란 사랑의 유예를 수 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은 머리카락에 짙은 눈썹과 제법 선명한 턱선, 검은색의 동그란 안경테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긴 유예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를 사랑할 사람은 얼마든 지 나타날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 공허를 이어간다는 것은, 그가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랑의 끝맺음은 미련과 그리움이 어떠한 형태로든 삶을 파고들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괴롭혔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의 유예라는 말랑한 처사가 아닌, 매 순간을 괴롭히는 고문이었다. 그 사람이 누구와 다시금 사랑을 하는지, 그 사랑에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아니, 그건 고사하고 잘 살아가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태가 나를 숨 조이며 괴롭혔다. 하나, 그것은 내가 자처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별 후에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의 곁에 남는 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생각한다. 평범한 대화보다 사랑한다 말하는 날들이 더 많았고, 색색의 옷을 입고 안던 날 보다 가장 순결한 살색으로 지새우던 밤이 더 많았던 사람과 어찌 사랑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남을 수 있는지 납득도 용서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별을 고립과 동일 선상에 띄었다. 오직 이별로만 닿을 수 있는 이 별에 도착함으로써.
이 별은 우주급 행성급 대륙급의 떨어짐도 아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을 밟고 사는 현실임에도, 그 사람의 단 하나의 소식도 알 수 없는 완전한 고립을 가능케 한다.
이 별은 바람 한점, 색색의 꽃잎 한 장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세상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어느 중간쯤에 색채로 가득 차있고, 대기를 형성한 산소에는 먼지가 깊이 박혀 있어 숨을 쉴 때마다 갑갑함이 뒤따랐다. 이곳에서의 호흡은 마치 바다에서 첫 아가미를 튼 물고기의 숨 가쁜 숨쉬기와 같았다.
그리고 뜬구름 같던 그도 이 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독이 고독만을 낳는 이곳에 꽤나 오래 머물러 있다 말했다. 하나, 그는 과거의 나처럼 버거워 하지도 쓸쓸해하지도 않았다. 되려 약간의 미소를 내 보이며 빽빽한 먹먹함을 환기시키며 숨을 트고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라 말했지. 그 말은 깊었던 사랑만큼 아픔도 크다는 의미이며, 당신과 나도 한 번쯤 닿았던 이별이 데려다 놓는 이 '별'은, 깊었던 사랑의 산물이라 생각해. 그리고 이 산물은 함께 깊숙이 사랑했던 그 사람에게 완전히 떨어져 주는 것만큼 그와 나를 편하게, 자유롭게 하는 일 또한 없다고 말하지."
사랑 후에 완전히 사라져 주는 것 또한 그를 위한 배려였다. 별에서 별로 떠나는 유배를 감당해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평안을 위해 어쩌면 나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이 별에 남기로 했다. 물론 평생을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깊었던 사랑으로 감당해야 하는 아픔을 다 해내면, 자연스레 이 별에도 바람이 들것이다. 숨은 가벼워지고 꽃잎이 봄을 알리기 위해 내려 앉듯, 새로이 피어날 나의 봄을 알리기 위해 꽃잎이 날아 들 것이다.
모든 이별은 우리를 다른 별로 데려간다. 그곳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곳이나, 그와 나를 종국에는 행복으로 이끈다. 그래, 이별은 어쩌면 슬프기 보단 찬란할 지도 모르겠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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