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美
'홍일점'이란 여러 명의 남자들 중에 여성이 한명일 때 쓰는 단어로 '청일점'과 반대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담 언제부터 홍일점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이야기는 먼 과거로 올라간다. 중국 송나라의 황제 '휘종'은 뛰어난 화가라 불릴 만큼 그림을 잘 그릴뿐더러 그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궁정의 화가들을 대상으로 자주 그림대회를 열었는데, 그림의 주제는 대부분 유명한 시의 구절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휘종은 언젠가 대회에서 당나라 사람의 시 중에 "여린 초록 가지 끝에 붉은 점 하나, 감동스러운 봄빛은 굳이 많을 것 없다네 [嫩綠枝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라는 구절을 주제로 던졌다.
화가들은 하나 같이 초록의 풀과 나무를 그리고, 그 위에 붉은색의 꽃을 그려 넣음으로써 시의 구절이 말하는 그대로를 따랐지만 한 화가의 그림은 달랐다. 그림 속에 꽃은 커녕 붉은색 하나 입히지 않은 채 , 버드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 높은 정자를 세우고 그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하는 한 여인을 그려내었을 뿐이었다.
황제는 그의 표현력에 감탄했고, 당연 그에게 대회의 1등을 주었다. 그 이후로 여인을 표하는 색을 붉은색으로, 여러 남자들 중에 한 명의 여인을 '홍일점'이라 칭하게 되었다. ※ 네이버 사전 내용 일부 발췌
또한 동시에 붉은색은 불이나 피, 태양과 같은 뜨거운 양陽의 색을 대표하게 되었다. 붉은색이 칭하는 모든 대상은 곧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니, 모든 생명을 낳는 고귀한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붉은 입술과 발그레한 홍조, 검은 머릿결을 뽐내는 그녀는 어떠한 여인보다 아름다우며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붉은색은 그녀의 여성미와 매력을 유일무이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색임에도 충분했다.
석류는 그러한 붉은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사과 중에서는 홍옥과, 딸기 같은 과일도 얼마든지 순결한 붉음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석류만 할까?
석류의 씨는 모든 아름다움이 녹아 정제된 보석. 그중에서도 영롱한 붉은빛의 '애정과 용기'라 불리는 루비를 닮았다. 그리고 석류는 그런 루비를 수십수백 개 품고 있는 과실이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붉은 빛깔은 사과나 딸기처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미美일 수도 있으나, 그 안에 품은 애정과 용기의 루비까지는 따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석류를 '여성의 과일'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여성에게 좋다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고 비타민C의 함량이 높아서가 아닌 그녀의 아름다움을, 그녀가 함께 해준 모든 과거를 상징할 수 있는 붉은색을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 속에 "붉은색이 여성을 상징한다"라는 얘기가 편파적인 발언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페미니즘과 한남, 매갈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대부분을 채울 만큼 뜨거우니 말이다. 유명인들의 섣부른 발언은 금세 화살 앞에 과녁 신세가 되어버리기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의 발언은 팬심을 갖은 누군가에게는 혼란 혹은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정립하게 할 우려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누구 하나 틀리지도, 어느 한쪽이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는 논쟁의 연속인 요즘이다.
나는 석류를 보고 '붉음'에 대해 찾으며, 기원을 되새기니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넘어 생명을 가진 각 개체들의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
그때가 그립다. 그녀를 좋아했고, 나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그녀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매일 집으로 데려다주던 시절이. 때론 생각지도 못한 어느 날, 그녀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며 손이 찬 나에게 자신이 가진 핫팩을 쥐어주던 순간이.
서로를 위하며 한쪽만 희생하지 않던 그 날들. "연인 사이가 갖는 희생이 모든 남성과 여성에게 통용될 수 있다면 이 논쟁은 어디로 향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착오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희생한 모든 순간이 좋았고, 그녀의 희생이 감사했으니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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