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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인간

맞물린 것보다 어긋난 것이 더 많은 세상이지만.

by 전성배 Jan 13. 2018
재능, 지식, 지능의 차이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인간적 핵심의 동일성과 비교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 에리히프롬, <사랑의 기술>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문구다. 나는 <에리히프롬>이란 작가를 모를뿐더러 그의 책 또한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책 속 저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유영했다. 왜 그랬을까. 머리는 활발히 이유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곧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빈부'에 대해 떠올랐다. 그전에 단순한 부와 가난함의 차이를 말하는 '빈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동등한 가치마저도 수준을 나누고 구분 짓는 악행들에 대해 떠올랐다.


재능과 지식, 지능은 곧 물질적인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은, 모두 삶을 살아내면서 익히 알게 됐을 것이다. 앞서 말한 조건들은 사람마다 크기와 양을 달리하기에 자연스레 삶의 질의 차이를 불러온다. 하나 그 <질>이 인간과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공통점에 까지 차이를 벌려서는 안 된다. 물질적 풍요와 직업이 가진 영향력과 본새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여 차이를 두는 것은 어리석음 이상의 졸렬함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삶'이라는 영역 안에서 모든 것은 인간을 선先에 두고 결정되지, 후자에 두고 결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결정의 결정적 이유가 되는 이 <인간>은 자신의 조건이 남보다 높다고 하여 <지능형 인간, 재능형 인간>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는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단어 아래 있다. 직책과 권력, 능력을 떠나 모든 이들을 한대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단어이며, 어떠한 차별도 특이점도 없이 순수하게 <지성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당연한 이 사실, 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불변의 진실이 대내외적으로 크게 어긋나 있다. 슬픈 일이다. 말끔한 사내는 한쪽 어깨가 기울어진 중년에게 반말을 하고, 고급차량 운전자는 중·저가 차량에게 위협적인 운전을 일삼고, 값비싼 롱 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입지 못한 친구들에게 가벼운 언행을 퍼붓고, 윗선은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을 밀어붙이면 능력의 유무를 판가름하고, 더 크게는 인종의 차별이 끊이지 않고, 암묵적으로 계급과 계층을 나눈다. 맞물린 것보다 어긋난 것이 더 많은 세상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문득 지난날 인터넷에서 보았던 두 장의 그림이 떠오른다. 두 컷이 하나를 이루는 그림에는 두 모자母子와 함께 한 사람의 환경미화원이 등장한다. 첫 번째 그림에 등장하는 모자母子의 어머니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아들에게 말한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고


두 번째 그림 속 모자母子의 어머니도 똑같이 환경미화원을 보며 아들에게 첫 번째 어머니와 같은 공부의 중요성을 내포한 말을 전했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달랐다. 


"공부 열심히 해서 저분들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어긋난 것을 인지함에도 일부로 축을 다잡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미 차별과 구별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림 속 어머니가 아들에 전하는 말과, 에리히프롬이 자신의 책에 써 내린 문구가 지닌 공통적인 뜻은 희망적이다. 


지능과 지식, 재능은 인간이라는 본질에는 관여할 수 없다. 결국은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내며 같은 종착역에 닿는다. 물론 남과 다른 특별함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내가 그를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이행할 때이다. 이 당염함이 실현될 때, 나는 다른 어떤 이보다 특별해진다.


누군가는 분명 말할 것이다. 위선이며, 늘 없는 자의 자기 합리 화적인 항변이라고. 물질적인 부족함으로 차이를 벌리는 삶에 남 탓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다. 대부분은 그 차이를 부르는 '물질'의 일시적임을 인지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며, 스스로 더욱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는 이가 더 많다. 


나는 지금 뻔한 삶의 답에 어쭙잖게 풀이를 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문구를 통해, 알면서도 그동안 뒷전으로 두었던 인간과 인간의 차이 없는 동등한 무게마저 같잖게 저울질하는 이들에게,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브런치 글 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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