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린 것보다 어긋난 것이 더 많은 세상이지만.
재능, 지식, 지능의 차이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인간적 핵심의 동일성과 비교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 에리히프롬, <사랑의 기술>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문구다. 나는 <에리히프롬>이란 작가를 모를뿐더러 그의 책 또한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책 속 저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유영했다. 왜 그랬을까. 머리는 활발히 이유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곧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빈부'에 대해 떠올랐다. 그전에 단순한 부와 가난함의 차이를 말하는 '빈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동등한 가치마저도 수준을 나누고 구분 짓는 악행들에 대해 떠올랐다.
재능과 지식, 지능은 곧 물질적인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은, 모두 삶을 살아내면서 익히 알게 됐을 것이다. 앞서 말한 조건들은 사람마다 크기와 양을 달리하기에 자연스레 삶의 질의 차이를 불러온다. 하나 그 <질>이 인간과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공통점에 까지 차이를 벌려서는 안 된다. 물질적 풍요와 직업이 가진 영향력과 본새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여 차이를 두는 것은 어리석음 이상의 졸렬함이다.
'삶'이라는 영역 안에서 모든 것은 인간을 선先에 두고 결정되지, 후자에 두고 결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결정의 결정적 이유가 되는 이 <인간>은 자신의 조건이 남보다 높다고 하여 <지능형 인간, 재능형 인간>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는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단어 아래 있다. 직책과 권력, 능력을 떠나 모든 이들을 한대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단어이며, 어떠한 차별도 특이점도 없이 순수하게 <지성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당연한 이 사실, 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불변의 진실이 대내외적으로 크게 어긋나 있다. 슬픈 일이다. 말끔한 사내는 한쪽 어깨가 기울어진 중년에게 반말을 하고, 고급차량 운전자는 중·저가 차량에게 위협적인 운전을 일삼고, 값비싼 롱 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입지 못한 친구들에게 가벼운 언행을 퍼붓고, 윗선은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을 밀어붙이면 능력의 유무를 판가름하고, 더 크게는 인종의 차별이 끊이지 않고, 암묵적으로 계급과 계층을 나눈다. 맞물린 것보다 어긋난 것이 더 많은 세상이다.
문득 지난날 인터넷에서 보았던 두 장의 그림이 떠오른다. 두 컷이 하나를 이루는 그림에는 두 모자母子와 함께 한 사람의 환경미화원이 등장한다. 첫 번째 그림에 등장하는 모자母子의 어머니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아들에게 말한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고
두 번째 그림 속 모자母子의 어머니도 똑같이 환경미화원을 보며 아들에게 첫 번째 어머니와 같은 공부의 중요성을 내포한 말을 전했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달랐다.
"공부 열심히 해서 저분들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긋난 것을 인지함에도 일부로 축을 다잡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미 차별과 구별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림 속 어머니가 아들에 전하는 말과, 에리히프롬이 자신의 책에 써 내린 문구가 지닌 공통적인 뜻은 희망적이다.
지능과 지식, 재능은 인간이라는 본질에는 관여할 수 없다. 결국은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내며 같은 종착역에 닿는다. 물론 남과 다른 특별함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내가 그를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이행할 때이다. 이 당염함이 실현될 때, 나는 다른 어떤 이보다 특별해진다.
누군가는 분명 말할 것이다. 위선이며, 늘 없는 자의 자기 합리 화적인 항변이라고. 물질적인 부족함으로 차이를 벌리는 삶에 남 탓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다. 대부분은 그 차이를 부르는 '물질'의 일시적임을 인지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며, 스스로 더욱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는 이가 더 많다.
나는 지금 뻔한 삶의 답에 어쭙잖게 풀이를 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문구를 통해, 알면서도 그동안 뒷전으로 두었던 인간과 인간의 차이 없는 동등한 무게마저 같잖게 저울질하는 이들에게,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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