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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네게 꽃말을 함께 전한다

부끄러움과 불안감 사이

by 전성배

가끔, 그녀를 포함해 그녀의 친구와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상황에 따라 달리 변하는 부끄러움의 성질 중에서 우리는 <사랑>에서 파생된 부끄러움을 주제로 하는데, 언젠가 한 번은 상호 작용하는 사랑에서 애정을 표현하는 행위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은 없으니, 연인 사이에 음성과 육체를 통해 감정을 전하는 것은 현시대에서는 이제 관례인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옛날처럼 말과 육체가 전하는 사랑이 더 이상 창피하거나 헤픈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에도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것을 표출하는 것에 있어 부끄러운 마음을, 그보다 사실 바래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언행에는 자연스레 표출하는 발현자의 기운이 담긴다. 사랑을 위해 쓰이는 언행에는 애정이란 기운이 스미며, 생명과도 같이 춘추정성한 시기에는 넘치는 사랑의 모습으로 상대에게 닿지만, 일박서산에 가까워질수록 기력을 다해 죽어가듯 작아져, 기운이 소실된 투박해진 언행으로 닿는 일이 비일비재 해진다.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 4월 인천 서구 석남동 SK석유화학 내 벚꽃 동산

애정은 우리에게 내려진 물리적인 노화와 비례하지 않는다. 탄생하는 사랑의 수만큼 애정은 무한히 증식한다. 그것은 우리의 손에 의해 젊음과 노화를 오갈 수 있으며 그 말은 우리에 의해 얼마든 죽어가는 것은 푸르게, 푸른 것은 한순간에 바래져 부서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살아오며 느꼈던 애정이란 감정의 이면은 나에게 표현함에 있어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애정에 담길 기운을 조절하거나 함부로 남발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이 사랑이 금세 시들 것만 같았고, 그녀로 인해 태어났던 애정이 억울하게 죽을 것만 같았다. 자연스레 나는 부끄럽다는 말로 불안감을 뒤에 숨겨 둔 채 언행을 아끼곤 했다.


때때로 말을 줄였고, 키스를 입맞춤으로 낮췄고, 포옹은 손을 잡는 것으로 대신했다. 나의 최선이 그녀에게 아쉬울지라도 그것이 우리를 더 먼 곳으로 단단하게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래서 그녀는 나로 인해 늘 아쉬움을 말한다. 작은 한탄과도 같은 불만을 드러낼 때도 있다. 내가 언행을 아끼는 이유를 <부끄러움>이란 단어 하나로 알고 있는 채.


"그런데 이 밤에 듣고 있는 <심규선의 너의 꽃말>이라는 곡은 너에게 작은 미안함을 갖게 했어. 너를 지키기 위한 나의 당위성에 "이기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고. 그렇지만 너를 지키기 위해 애정을 아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없어. 다만, 너를 위해 더 넓은 행동을 해보려고 해."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 4월 인천 서구 석남동 SK석유화학 내 벚꽃 동산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에는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이 담겨있다. 여름에 피는 꽃 <디알리아>는 "당신의 사랑이 나를 예쁘게 한다"라는 작은 고백과도 같은 뜻이 담겨있고, 넓적한 꽃잎이 허리를 수그리며 수술을 감싸고 있는 <작약꽃>은 보이는 그대로 '수줍음' 혹은 '부끄러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꽃과 더불어 다양한 식물과 작물 등 땅에 나는 모든 것에는 대체로 추상적인 의미 혹은 꽃말처럼 구체적인 말이 담겨 있다.


어쩌면 과거 인류가 문명을 이룩하기 이전부터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후에 문자와 종교, 민속, 민족 등의 영향으로 더 광범위하게 펼쳐져 보다 큰 상징적 의미로 자리 잡은 것인지는 누구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건 오랫동안 대상에 깃든 뜻은 변함없이 지금까지 크고 작은 마음을 대신해 준다는 것.


기운의 남발은 소실과 소홀을 불러온다는 건 이치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남발하듯 드러내고 싶지 않다. 다만, 꽃으로 전하는 꽃말과 설명하지 않을 암묵적 배려와 수 없이 마주칠 눈빛, 높지 않은 목소리와 무한히 계속될 미소 같은 수많은 말과 행동으로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를 점철하여 꽃처럼 건네려고 한다.


보다 먼 곳으로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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