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의 삶은 책 한 권을 써내는 일

모두가 문학인

by 전성배

한마디 혹은 한 문장, 문학의 중요 특성 중 하나인 함축과 '뜻'이라 불리는 어떠한 말에 담긴 의미를 가리키는 말. 이들은 모두 몇 개의 음절 혹은 간략한 문장으로 깊거나 혹은 방대한 의미를 전하는 걸로 같은 결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산을 이루는 곳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삶의 주요 사건 혹은 상상, 지식이 집필되어 완성된 책들이 닿는 곳, 바로 서점이다.


언젠가 <목공예가들의 숲속에서>라는 짧은 에세이 한 편을 쓰면서, 책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책의 본질. 책이란 나무라는 개체의 살점이 사람의 손에 정제되어 작가의 손에 쓰인 것이며, 그것들이 한데 모여 숲을 이룬 곳이 서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며칠 전 한 대화를 통해 책과 삶, 시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연인에게 건네받은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나눴던 간략한 대화였다. 사실상 그 책의 관한 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책이 가진, 현상과 개체의 구별을 위해 붙이는 '이름'에 관한 것이었다.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개인적으로 주제를 하나 정하고 심도 있게 접근하는 서적이나, 지식의 방대함을 나누려는 의도를 가진 책보다 한 삶의 단편을 담아낸 수필과 바쁜 생활 속에서 간략한 글을 제시하며 스스로 완성하도록 이끄는 시를 좋아한다. 그것들이 가진 개인의 생각들과 가치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에게 비축하는 일은, 보다 많은 사람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생각하기 때문이고, 현재까지도 변함없는 믿음이다.


똑똑한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잘난 사람보다 포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는 것을 바라기에,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런 류의 책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글들이 담기는 '책'이라는 사물은 각자의 이름을 표지에 달고, 종이의 숲속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나는 그곳의 책들을 선망인지 신기한 것인지 모를 모호한 감정으로 들여다봤었다. 책의 이름을 정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과 삶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문장을 찾는 어려움은 비슷한 난이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 혹은 사건을 전하는 비문학과 인간의 탐구로 완성되는 인문학 책의 이름을 정하는 일은 사실상, 명확한 결을 발견할 수 있기에 보다 쉬울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야기되고 있는 암호화폐나, 여행을 담은 서적, 음식과 농업에 관한 책등 페이지가 수백 장에 달하지만 결국은 한 개의 주제를 점철하기 때문이다.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하지만, 개인이 그간의 삶을 유지하며 생성된 사상이나 감정을 담는 수필이나 시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짧게는 한 장에서 길게는 5~6장 정도 되는 수필은 하나하나가 작은 제목을 갖은 채 수백 장이 모여 표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기에 이런 책들에 제목을 정하는 일은 질서 없이 흩어진 모든 글들을 한데 표현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한 명 한 명이 살아 내는 삶 속에도 셀 수 없이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각각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모여있고, 우리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게 끝내 모든 것이 쇠약해졌을 때, 우리는 아마도 이 삶을 각자의 문장으로 정의할 것이다. 어쩌면, 생각 보다 빨리 자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함축할 수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 삶으로 시나 수필을 쓰는 문학인이라 생각을 한다. 특별한 재능과 기회를 가진 이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을 가진 사람이 삶을 살아내는 일은 모두가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일이다. 문학이란 그저 누군가에 의해 이름 지어진 작은 것에 불과하니까.


삶을 책과 같이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생을 살 수 있기를.


INSTAGRAM / PAGE / FACE BOOK / NAVER BLOG (링크有)

※ 詩와 사진 그리고 일상은 인스타와 페이스북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그가 만난 농산물을 보고 읽고 먹을 수 있는 곳 http://smartstore.naver.com/siview

※ aq137ok@naver.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