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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전승되어 간다.

by 전성배

언젠가 들렸던 이름 모를 동네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이는 전생의 기억처럼 흩어진 편린 들 중에서 우연히 발견해, 옛 느낌을 체감하는 기시감과는 결이 다른 익숙함이었다. 조금 더 사실적인, 그러면서도 현생이나 전생에서도 마주한 적 없던 곳에서 경험하는 익숙함. 그것은 닮은 것에서 오는 아련함과 같았다.


사랑했던 것들은 곧잘 뇌 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아 새겨진다. 미워했던 것들 또한 그 옆에 방을 터 자리를 잡고 새겨진다. 사랑했던 것과 미워했던 것들은 한때 마음을 뒤흔들었던 일생의 지진과 같았으니. 둘은 다름을 말하면서도 같음을 표출한다. 그렇게 새겨진 기억은 의식하지 않아도 닮은 것과 마주할 때 꿈틀 거린다. 이유 없이 싫어하던 그 사람과, 뜻 없이도 멋대로 행 했던 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 모든 건 이름 모를 곳에 당도했을 때 익숙함을 느끼게 했던 한때의 기억들이,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래, 그때까지 기억은 새겨져 영원한 것이라 생각했다.

소위, 우리는 일생 동안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누군가는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시는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며 확신에 찬 어투로 뱉는다. 미워하는 그 사람 같은 경우,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 볼 일은 없을 거라고도 말한다. 다시는 그와 마주치지도 이 삶에 티끌 같은 흔적도 없을 거라고.


하지만 삶을 살아내다 보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처럼 영원히 그를 미워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다시금 영원히 못 잊을 것 같던 그 사람을 닮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기억이 영원하다면, 이는 조금 설명하기 어렵다.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사실, 망각의 동물이라 불리는 인간에게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새겨진 기억은 시간이라는 풍파 속에 깎여 흐려지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억이 우리가 아는 다름으로 영원할 수 있던 방법은 기억에서 기억으로 입혀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영원히 떠올 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기억은 전승되어 간다. 삶을 흔들었던 기억은 새겨져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생명력을 갖고 새로운 기억들에 전승되어 자신과 닮은 것을 마주했을 때, 숨겨두었던 기운을 표출하며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닮은 누군가를 보며 이유 모를 선홍 빛 감정에 휘말리고,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했던 경험들은 모두 그렇게 완성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전승되는 기억은 와전된다. 그때의 아픔과 증오를 되짚어 보기에는 이미 흐려질 때로 흐려진다. 닮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되고, 미웠던 그 사람과 닮은 그를 다시금 포용하는 건, 이렇게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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