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 영생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 천 수만의 생명이 죽고, 그에 준하는 생명이 태어난다. 이별하는 수만큼의 재회가 있고, 새로운 사랑의 생성만큼 사랑이 소멸한다. 그녀를 만난 남자가 있는 반면, 그녀를 잃은 남자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 불리는 틀은 이렇듯, 의식적으로 모든 것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한다. 이런 사실이 마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손익을 저울질하며 어느 한 곳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애를 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균형을 잃고 결국, 바다는 육지를 잡아먹고 인간은 끊임없이 늘어나, 한정된 자연을 침략자처럼 약탈해 종국에는 자멸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려 애를 쓴다. 우리를 살게 하기 위해서. 적절한 외로움과 위안을 안기며 웃고 울게 하는 것도 이런 세상의 의도에서 파생된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지난 사랑을 되돌려 재회를 약속하는 것은 세상의 의도 중 위안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이별한 연인이 다시 재회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대수롭지 않을 만큼 이젠, 사랑이 차고 넘친다.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남녀유별이 모호해지면서 부끄럽다거나 여자라거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태어나야 할 사랑이 태어나지 못하게 되거나, 사랑이어야 할 감정이 엉뚱한 결론으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어졌기에, 현 세상은 사랑으로 넘쳐 나고 있다. 길을 다니다 보면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 연인이 수두룩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연인의 이별과 재회를 목격한다.
그래서 친구가 이별 후 앓았던 열병으로 보낸 시간이 무색해지는 재회를 한다고 했을 때, 별다른 말을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숱한 연인들의 선택 중 하나를 이 사람도 했을 테니까.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는 조금은 의외로 다가왔다.
"나 다시 만나게 됐어. 며칠을 그렇게 마음고생했는데도, 그래서 너무 화나고 얄미워서 다시는 안 볼 거라 단언했는데도 역시, 사랑 앞에 이성을 잃었던 사람은 섣불러지는 건 가봐. 그가 다시 보자고 했을 때, 기대했고 기대했던 대답을 들었을 때 안심이 됐어. 모든 빈틈에 틈틈이 자리 잡아 견고하게 해주었던 그 사람과 헤어진 뒤 나는, 속이 비어가는 젠가처럼 위태로웠으니까. 그런데 사실은 끊어졌던 끈이 다시 이어졌는데도, 끈의 헤진 부분이 눈에서 떠나질 않았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부분이 너무 눈에 도드라져 보였거든. 그제서야 알겠더라. 이 재회의 기반은 미련이었고, 이 미련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다시 그 사람과 사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만약, 다시 시작한 사랑의 대화에서 또다시 같은 이유로 헤졌던 그 자리가 끊어진다면, 지난날 앓았던 열병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거야. 열병을 유발했던 미련이 재차 확인한 사랑의 끝을 끝으로 떠나버릴 테니까."
그녀가 말한 미련에 의한 재회를 들으며, 나는 잠시 입을 닫고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그리고 나의 재회를 떠올렸고 함께, 이별하는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별은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을 발단으로 점철된다. 하나는 감정의 쇠퇴와 나머지 하나는 서로의 문제점으로 인한 자발적인 사랑의 정지를 말한다. 이 두 개의 이별의 사유 중 재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건 후자이며, 실패로 이끄는 건 전자이다. 나는 후자의 이유로 이별했으며, 재회했다. 문제점이라 하면 신뢰를 깼느냐, 심적인 괴로움을 겪었느냐에 따라 또다시 이유가 갈리겠지만, 문제점으로 이한 이별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반면, 감정의 쇠퇴는 어떨까. 세월이 쌓일수록 잡히지 않는 바람에도 단단한 돌은 깎여 나가고 땅은 갈라지고 부서져 절벽을 이루듯, 감정도 시간과 사람에 의해 점차 깎여나간다. 정확히는 그것을 설렘이라 말한다. 사랑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설렘은 영생하지 않는다. 세월 앞에 놓인 물질처럼 시간 앞에 무색하고, 사람에 의해서는 때때로 더 빨리 더 크게 깎여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시간을 되감는 일처럼 불가능에 가깝고, 애석하게도 사랑은 둘이 해야 하는 것처럼 한 명이라도 이 풍파에 노출된다면 끝에 닿고 만다. 그렇게 남은 사람에게는 미련만이 남고.
연인의 이별은 두 단계를 지나며 완전해지는 듯하다. 이별이 뱉어져 미련이 생기면 다시 한번 재회하고, 애정의 의심으로 인한 재회는 지속적인 사랑을 꿈꾸기 힘들며, 어떠한 문제점으로 인해 이별 후 다시 재회한 연인의 사랑은 대체로 더 견고해져, 더 높은 탑을 쌓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후자였고, 그녀는 전자였다. 다시금 그녀가 한 이야기들을 떠올려 본다. 그녀는 헤어진 연인에서 재회한 연인이 되면서 하나의 답을 얻고자 한다. 더 견고하고 정제된 사랑을 점철하거나, 확실한 이별을 되새기거나.
와카레미치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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