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

by 전성배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는 동안 숱하게 마주하는 인연과 끝없이 반복하는 생활을 환기시키는 약간의 소담은 혈류의 속도를 높여 몸에 기운을 북돋아 주지만,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순간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일방적으로 내 것을 주던 사람과 감정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행복이나, 무언가를 이루게 된 희대의 사건. 고생 끝에 찾아온 달콤한 보상 같은 건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란 의문에는 조금은 맞지 않는 다른 결의 행복이다.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 그것은 휘발성이 아닌 지속성과 발견을 돕는 흔적이 있어야 한다. 또한 언제든 찾을 수 있어야 이 삶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행복들은 모두 결국에는 자연스레 몸에 배는 습관 혹은 스스로의 배신으로 인해 무미건조해질 권태라는 이름의 피해자들이다.


우리가 가진 취미나 휴일이면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의 행동 같은 것들이 여기서 말하는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순간’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취미 활동이나 특정 시간대 혹은 어떤 장소를 향하는 발걸음으로 매번 내 안의 어딘가에 빛이 드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나는 지금 그런 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형체를 갖고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뜬구름에 손을 허우적거리는 듯한 글이지만, 나는 지금 그런 순간에 매료되어 글자를 정처 없이 뱉어내고 있다.

와카레미치 iPhone xs

다가올 명절로 인해 사람이 빠져나간 동네를 몇 개 지나 동인천에 도착했다. 고향으로 향하는 발길이 있으면 여기로 향하는 귀성객도 있겠지만, 빠져나가는 걸음이 더 많은 탓에 평소보다 깊어진 한산함에 적적해진 동인천에는 햇빛만이 번잡스레 구석구석 내려앉아 있었다. 그곳을 배회하듯 일부러 길을 겉돌며, 익숙한 풍경에 더해진 한산함을 혹여나 놓칠세라 속도를 최대한 줄여 눈에 담고 느끼며 걸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대부분의 장소에 발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동인천은 그 정도의 시간만으로도 쉽게 꿰뚫리는 허술한 곳이기도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배회의 끝은 자유공원 근처에 위치한 하얀 건물의 카페였다. 2층짜리 건물인 카페는 벽면의 절반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과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건물 내부를 파고드는 곳이었다. 몇 사람밖에 없던 한적한 카페 안의 공기를 깨지 않기 위해 조심히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하얀 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다시금 상기한다.

와카레미치 iPhone xs

특별한 것을 보았거나 누군가를 만나 깊이 있는 시간을 나눈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반복하는 것에서 찾아온 이 행복감이야 말로 진정 우리가 관철해야 하는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취미를 즐기며 어떠한 것에서 충분한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 얘기가, 또 다른 이들에게는 어색하고 의아한 의문이 되곤 한다.


아마 ‘고작’이라는 하찮은 어휘로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높은 곳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정의는 어떠한 특별한 것을 나에게 융합시켜 창작해야 하는 결과물이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지는 못한 채 잘못 생각하고 있다.


행복은 생활에서 찾아오는 평범한 순간을 말한다. 흐렸던 어제를 지나 청명한 하늘이 뜬 오늘 같은 날도 행복이 될 수 있고, 며칠 동안 매캐했던 공기가 빗줄기에 씻겨 상쾌하게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도 충분히 행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대단한 것에 사로 잡혀 불행을 이야기하는 건 멈춰야만 한다. 슬픔이 조금 더 많이 퍼져있는 세상에서 또다시 스스로의 입으로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비극적인 건 없으니까.




유튜브 채널 '시뷰'를 구독하고 영상 수필을 시청해주세요 :D

www.youtube.com/channel/UCpmLcFAXAd-EUZnRBT0hQrQ


와카레미치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aq137ok@naver.com



사랑


연애


인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흔해빠진 인연의 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