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RUIT S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Feb 09. 2017

정월(正月) 대보름

"와그작,  부스럼 나지 말라고 먹는 거야"

#서른두 번째 글


엄마와 아이의 대화


"엄마, 땅콩이랑 호두가 무지 많아요!"

"정월 대보름에 부스럼 나지 말라고 먹는 풍속 때문이야"


짧은 대화, 그 이상은 귀에 닿지 않았다. 서로 반대로 걷고 있어 멀어지니 당연했다.

그 어린아이와 엄마의 대화에, 미소가 지어짐을 느낀다. 생각해 보니 한 해가 시작된다는 건 다양한 연중행사의 서막이었다. 1월 1일 신년, 1월 28일 설날 그리고 2월 11일 '정월 대보름' 이번 주 토요일이 벌써 달이 가장 크게 빛난다는 '대보름'이었다.


'정월(正月)'과 '대보름'


사전적 의미로 정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달'이라 하고 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달'이라 한다.

즉, 정월 대보름은 "한 해의 첫 번째 달(月)에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말할 수 있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월 대보름은 선조 때부터 우리나라의 세시풍속(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되어 전해지는 주기전승의례(週期傳承儀禮)  가장 비중이 큰 행사인데, 그 이유가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은 집안의 행사이지만, 정월 대보름은 마을의 행사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다 같이 하자'라는 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의 성향이 옛날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정월 대보름 날에 빛나는 저 밝은 보름달이 보이는가, 저 빛은 그냥 멍하니 떠있는 달이 뱉는 의미 없는 자랑이 아닐세,


자신의 달빛으로 잠시나마 그대들의 불운, 재앙, 걱정, 질병을 물러 둘 것이니 그 사이에 신(神)께 한해의 풍요로움을 빌라는 배려일세"



"땅콩과 호두, 밤 같은 딱딱한 것을 '와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야 한단다"


'왜?'라는 물음에 답을 이렇게 써 건네고 싶다.


우리 시대의 어느 시점이든 가난함과 고통, 슬픔은 늘 있었고, 그 사이에는 분명 지금처럼 부(富)를 가지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풍속 중 대부분은 '농경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잔치, 특별한 날 말이다.


적어도 그들이 그날만큼은 위로받고 웃을 수 있게끔, 모든 날은 있는 '이'가 아닌 없는 '이'를 위한 날들이었다.


정월 대보름날 '부럼 깨기'도 그렇게 생겨난 민속이다.


보름날인 이른 새벽에 일어나 호두, 땅콩, 밤, 잣 등 기타 단단한 견과류를 한 두 개를 입에 넣는 것이 아닌 한주먹을 가득 넣어, 자기 나이 수대로 '와그작'소리를 내며 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 태평하고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비는 행위를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삶의 질이 높아져 이러한 민속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때는 기름지고 영양가 높은 견과류를 먹음으로써 일 년의 건강을 빌고, 영양 부족으로 인한 부스럼이나 버짐의 예방과  소홀할 수 있는 치아를 단단하게 하기 위한 선조의 지혜가 담긴 행동이었다.


땅콩, 호두를 맛보다


되박에 담아 파는 땅콩과 낱알이 가득 쌓인 호두가 보인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보름날 때문에

여기저기 참 많이도 보였고, 나도 그 구매하는 많은 손들 중에 하나를 거들었다.

'달그락달그락' 검정 봉투에 담긴 땅콩과 호두, 아니 대부분 호두끼리 치대는 소리겠다. 그 '달그락'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답답함 없이 등을 긁어주는 듯 시원하게 들렸다.


주름지고 입을 굳게 닫은 호두는 꽤 힘을 주었지만 악력으로는 깨지지 않아 결국 도구의 힘으로 깰 수 있었고, 그에 비해 땅콩은 참 쉽게도 껍질이 부서졌다.

호두 안에는 주름진 사람의 뇌를 담은 속이 나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었으나, "뇌를 닮았으니 먹으면 더 똑똑해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깨물었고,

땅콩의 껍질은 부셔내어 속 껍질을 벗기고 입에 쏙 넣어 깨물었다.


'아작'소리와 함께 어금니에 닿는 고소함이 입안에 잔잔히 남는다. 그렇게 당기는 맛도 아닌 것이 이상하게도 한 자리에서 한동한 까먹게 했다.


이래서 '심심풀이 땅콩' 이란 말이 있는 건가?


'국산'과 '중국산'


보름날이면 '국산, 중국산'을 두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것이 외형과 맛이 거의 차이가 없다. 아니 되려 중국산이 최초에 껍데기가 쌓여 있는 모습이 깨끗하고, 국산은 흙가루가 묻어 있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땅콩은 껍데기를 부셔 속 껍질을 벗겨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굳이 구별하자면 땅콩의 머리 부분에 돋은 뾰족한 '심'이 중국산은 머리만 내민 듯이 작고 국산은 좀 더 크다.

외형과 맛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국산과 중국산은 평균 '한되박'기준 가격이 3배에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에 중국산 땅콩의 소비가 클 수밖에 없다.


허나, 중국산 땅콩은 수입이기에 신선도 보존을 위한 방부제 처리가 불가피하다.

그 말은 국산보다는 건강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


INSTAGRAM / PAGE / FACE BOOK / NAVER POST / TISTORY (링크有)
매거진의 이전글 코코넛 (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