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쥐어 든 물방울,
#서른네 번째 글
비 내리는 날에 만난 망고
어제 하루 종일 하늘에 부대낀 먹구름은, 인터넷을 통해 날씨를 검색하지 않아도
아이폰을 쓰는 저자로써 '시리(siri)'를 찾아 오늘의 날씨를 묻지 않아도 비가 내릴 거란 걸 알게 했고,
이내 그 '비'가 내렸다. 밤이 깊어짐에 빗줄기도 깊어지던 늦은 밤,
어두워지는 가게에서 '망고'를 하나 들었다.
껍질에 감싸인 과육과 그 과육이 숨긴 크거나 혹은 작거나,
많거나 혹은 하나인 딱딱한 핵
'핵과'라 칭한다. 쉽게 말하자면 과실이 '외과피(껍질),중과피(과육),내과피(핵)'로 나뉜 것을 말하는데,
체리와 올리브, 우리나라의 복숭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중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망고(mango)'이다.
고운 노란색의 망고는 열대과일이지만, 파인애플과 바나나가 그랬듯 지금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성스러운 과수
망고는 약 4000여 년 전부터 동부 인도와 미얀마에서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역사가 길다. 특히,
세계 망고 재배량의 반절을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성스러운 과수'로 통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석가가 명상에
잠겼다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 '보리수'밑인데, 그 보리수가 '망고나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뛰어난 맛으로 인정받는 망고는 현재 인도, 태국, 미얀마, 타이완, 페루, 멕시코, 하와이, 아프리카 등등 전 세계 아열대의 나라에 분포되어 재배되고 있다.
'복숭아'와'망고'
우리나라의 '복숭아'와'망고'는 닮은 구석이 많다. 위에 언급했듯 '핵과'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속해 있고,
종자에 따라 부드러운 과육을 섭취해야 하거나 반대로 딱딱한 과육을 '사각'소리를 내며 먹어야 하는 점,
과피에서 특유의 향을 흘리는 점이 비슷하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복숭아 철이 아닐 때에는 부드러운 복숭아의 맛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체품목이다. 그러나 복숭아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고, 특유의 향이 먹었을 때 끝 맛에도 남을 정도로 강하기에 모두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망고의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입증하듯
수입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차츰 '특이하다'여긴 망고의 맛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져 간다는 것이 아닐까,
수입량이 늘면 가격은 자연스레 내려가게 되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제주에서 피는 '어윈'
'애플망고'라고 더 많이 알려진 망고 품종 중 하나이다. 흔히 알고 있는 '노란 망고'[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접하는 품종으로는 필리핀산(카라 비오), 태국산(남독 마이)가 있으며, 외형은 유사하다]와 달리 과피가 초록색 혹은 노란색 바탕에 3/2 이상이 빨간색으로 덮여 있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의 사과와 비슷하다 하여 '애플망고'라 칭하게 되었다.
현재 제주에서 시설재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입되는 노란 망고 가격에 2배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제주산 애플망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어려워
'농촌진흥청'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시설재배가 가능한 6개 품종의 망고(알폰소,캐리어,도트,란세틸라,초크아논,핀커링)를 선보이겠다 발표했다.
관련기사 http://blog.naver.com/rda2448/220819010302
망고를 맛보다
비 내리던 그날 밤 망고를 사들고 왔다. 직접적으로 '생과'를 먹고자 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아마 지금보다 어릴 적 처음 맡아본 망고의 향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복숭아는 말랑하든 단단하든 가리지 않고 그 과실의 털이 습한 여름 끈적한 피부에 닿아도
맛있게 먹었는데.. 그와 비슷한 망고는 생과로는 처음이다.
큼지막한 망고를 손에 들었을 때, '물방울'하나 큰 것을 잘 다져 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귀엽게도,
부드러운 천을 이루는 섬유 가닥을 가까이 다가가 육안으로 보듯 잔무늬가 가득한 망고는 그 덕분인지
손에 닿았을 때 따뜻함이 어울릴 것 같은 감촉이었다.
망고는 '후숙 과일'이기에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면 좀 더 경과를 두고 먹어야 진정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위 사진과 같이 망고 표면에 검은색의 점들이 골고루 올라오고,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자국이 남는 정도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이다.
가운데 큰 씨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후 적당한 곳에 칼을 넣어 잘라 내었다. 부드럽게 들어가는 칼이
왠지 뿌듯했다. 잘라낸 단면은 겉껍질과 다를 것 없는 연한 노란색에 반짝반짝한 과즙을 자랑했다.
곧 바둑판 모양으로 적당히 한입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칼집을 내었다.
부드러운 과육 탓에 힘들지 않게 금방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고 이내, 입에 하나를 넣었다. 망고 특유의 향을 걱정했기에 코로 들어오는 숨을 잠시 멈추고 넣었으나, 걱정하던 향은 그리 자극적이지 않았다.
동네 슈퍼에만 가도 사 먹을 수 있는 망고 음료처럼 인위적인 자극을 주는 맛은 없었다. 되려 그 자극적인 공산품의 맛에 거부감이 들어 생과를 포기했던 나에게 새로운 맛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었다니
섬유질이 찢어지듯 씹히는 것이 복숭아라면, 망고는 마치 아주 부드러운 치즈를 씹듯이 찐득한 듯 부드러운 식감을 안겨주었다. 뒷맛에 살짝 팔을 걸친 듯 특유의 향을 남겼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되려 그 남는 향이 다음 한입으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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