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걸어요. 그냥 조금 천천히 별다른 말없이. 아, 가끔 내 시답지 않은 농담이 은연중에 입 밖으로 나올 때, 허허 멋쩍은 웃음만 지어줘요. 그럼 내가 당신의 보폭, 속도, 맞잡은 손의 왕복운동을 따를게요. 우리 그렇게 걸어요. 욕조에 받아 놓은 뜨거운 물에 곧장 몸을 담가 애리는 살을 느끼기보단, 잠시 시간을 두고 미지근해진 뒤에 몸을 담가 천천히 녹이는 잔잔한 사랑 같은 걸 하면서.
아 그런데 혹시, 곧 서른이 될 우리에게 이런 데이트와 이런 사랑을 바라는 건 좀 미숙한 걸까요? 조금 겁이 나네요. 그리고 이런 불안 때문인지, 요즘 나는 생각합니다. "서른의 나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리고 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질문이 더 큰 입을 벌리죠. "진정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의 아버지는 내 나이였을 때 누나를 넘어 나를 낳았고, 가을바람이 부는 지금 이맘때 분유값과 집세를 벌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어요. 서른과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을 떠올리는 내내 과거 나의 나이를 살아가던 아버지는 분명 어른이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죠. 그럼 나는 어른이 아닌 걸까요? 여전히 내 몸 하나 겨우 건사하는 처지와 아이는 고사하고 결혼 조차 하지 않은 채, 글감에 대한 갈망과 다음 날 업무에 대한 부담감, 아침에 무엇을 먹고 나갈지 고민만 하는 나는 어른이 아닌 걸까요.
사실 고민할 거도 없이 나는 어른이 아닐거예요. 서른이라는 나이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서른의 성숙함과 어른의 성숙함 무엇도 정의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만, 하나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날 어른으로 만드는 건 타인에 손이 아닐까 라는 거죠. 누군가에 의해 피어난 책임감 같은 것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책임감이 어깨에 얹혀졌을 때, 쉬기를 포기했습니다. 자식을 굶길 수 없었고, 부족하게 할 수 없었으며, 최대한 불편하지 않은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셨으니까요. 그 사랑이 한 남자를 아버지로, 그리고 어른으로 승격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제 곁에 있는 당신이 실마리일 거예요.
당신 덕분에 나는 늘 서른과 어른을 고민하고, 성숙한 사랑의 모양을 걱정하며 당신에게 주는 내 부족한 애정과 사정에 대한 미안함을 품고, 나 스스로를 늘 타이르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내 부족한 모습과 사랑에 한결같이 웃으며 받아주는 당신 덕분에, 나는 언젠가 당신을 빌미 삼아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늘 제 곁에 있어주세요. 나의 서른을 함께 해주고, 날 어른으로 만들어주세요. 난 어른이 되기 위해 당신이라는 책임을 기꺼이 따를 테니까.
조금은 미숙한 사랑과 데이트겠지만, 때론 다른 사랑이 부러울 때도 있겠지만 꼭 어른이 될게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에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길에 섰을 땐 주저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게요.
작가가 전하는 건강한 농산물, 건강한 작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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