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그리고 오해로 살아가는 인간

by 전성배

입춘에 들어선 2월을 한 발 뒤에 서서 바라보면 잿빛으로 짓밟히던 땅에 초록이 돋아난 것이 보인다. 그 2월이 무르익어 3월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면, 이 초록은 여운만 남기던 모습에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것이 꽃이 되고 잎이 되어 어느 날 땅에 추락하면, 우리는 그것을 진정 봄이라 말한다. 아쉽기만 했던 초라한 겨울을 뒤로하고 계절은 여지없이 다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새해를 맞이 했듯, 계절은 작년의 흔적인 묵은 겨울을 뒤로 물러 새봄을 맞이하려 한다. 농산물 시장에는 여전히 겨울에 먹던 감귤과 딸기가 주를 이루고, 토마토와 사과가 한편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곧 농산물 시장에도 봄이 드리워 참외와 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대저 토마토가 물꼬를 틀 것이다. 그렇게 따뜻한 계절의 과일이 시작된다.


아니, 사실은 이미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나 둘 대저토마토가 보이고, 참외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으니 농산물 시장도 이미 나름의 봄을 맞이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맛있어지고 있는 방울토마토를 보며 확신한다. 온화한 겨울을 뒤로하고 더 따뜻해지고 있는 지금. 방울토마토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기온의 높이만큼 달아지고 있다. 유달리 맛있는 걸 찾기 힘들었던 지난 겨울과 달리, 겨울의 서리처럼 푸른 끼가 서려있는 새빨간 대추 토마토가 가진 풍부한 과즙과 입안에 퍼지는 단맛이 말해준다.

전성배

그리고 속도 없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토마토의 순박한 맛을 볼 때 마다, 그 순박한 의도에 오해를 가졌던 우리의 어리석음을 매번 상기하게 된다. 바로, 수 백년 전 토마토를 '악마의 과일'과 동등하게 취급하며 그저 관상용으로만 심었다는 우리의 오해가 불러온 씁쓸한 이야기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세리에게 선물 받은 토마토 묘목 앞에 앉아 예쁜 단어를 읊조리던 리정혁처럼 과거 사람들도 토마토에게 말을 걸기만 했었다.

사랑의 불시착

이는 토마토가 가지과에 속하는 식물인 '맨드레이크'과 닮았다는 데에서 출발한 오해인데, 사정을 잠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에 맨드레이크는 아트로핀과 스코폴아민 등 환각성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섭취하면 마취, 환각 작용을 일으키기에 독초로 분류됐었다. 다만, 동시에 약초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만큼 단순히 이런 연유로 '악마의 과일'이라 부른 것은 아니었고 진짜 이유는 그 모양에 있었는데, 발견되는 맨드레이크 중 간혹 둘로 갈라진 뿌리 모양이 사람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불괘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모양 덕에 마법 의식에도 오랜동안 사용하게 되면서 맨드레이크는 자연스레 사탄의 과일 혹은 악마의 과일이라 불리게 되었다.


결국, 유럽에서는 토마토가 먹을 수 있는 과실인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기피할 수 밖에 없었고, 훗날 1820년 미 육군의 존슨(R. G. Johnson) 대령이 뉴저지 주 셀럼 재판소 앞에서 토마토를 공개 시식하면서 대중의 오해를 해소시키기 전까지 계속됐다. 더불어 미국 제3대 대통령인 (1801~1809) 토마스 제퍼슨이 백악관 만찬에 토마토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여, 토마토의 오해를 푸는데 큰 기여를 한 선각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전성배

토마토의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며 같은 선상에 있는 사물과 사람에 얽힌 무수한 오해의 역사를 되짚어 보노라면, 겪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있는 인간의 특성이 개인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결속시켜 위대한 역사를 이룩하도록 도왔다는 사실과 함께, 그 무모함이 계속해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딜레마가 늘 아쉽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믿고 그것을 빌어 억측과 오해를 사실처럼 여긴다. 장소와 물건, 음식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오해를 키워 어두운 담화를 일삼는다. 이로 인해 누군가가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이기에 떼어낼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앞으로 이어질 역사에서 사라질 수 없는 영원한 딜레마겠지만, 부디 "스스로 오해를 하고 있진 않을까" 되짚어보는 버릇과 어떤 이유에서도 타인에게 칼날이될 담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다짐만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마켓시뷰> 진한 맛과 긴 여운, 대추 방울 토마토 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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