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목말라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이미 경험해본 것에 대한 갈증이라 말하기에는 당시 '여행'은 꿈처럼 막연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어린 아르바이트생에게 여행이라는 생활의 공백은 수익의 단절이며, 모은 돈의 손실이었기에. 그야말로 여행은 내게 그 설레는 어감과 달리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통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사랑만큼 무한한 여행지는 또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 덕분에 나는 나의 작은 세계에서 출국이 잦았다.
하루는 아이슬란드를 향했다. 그곳은 온종일 온몸이 저릿할 정도의 찬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폐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에 나는 종종 향수병에 시달려야 했고, 그때마다 여행 온 것을 후회했다. 또 어떤 날은 스페인 남부의 '카디스'라는 항구 도시로 향했다. 지형과 토양의 특성상 도시하면 으레 떠올릴 고층 건물이 적어 하늘이 탁 트여 있는 곳이었다. 오래된 유적과 함께 유독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아, 그들을 피해 뜨거운 바닷바람에 숨어 언어와 육체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곳에서는 아이슬란드 때와 달리 마치 정착이라도 하려는 양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여행의 정의를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슬란드의 추위를 보상하듯 '오로라'라는 미경에 빠져 때론 추운 나라도 좋겠구나 생각했지만, 여행을 마쳐야 했다. 카디스의 정숙한 열정에 빠져 영원히 발을 담그고도 싶었지만, 여행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꽤 오랫동안 본국을 떠나 있다. 대체로 온화한 기후의 나라만을 돌고 있다. 아주 가끔 러시아와 캐나다,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을 경유하기도 하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썩 좋다. 이번 여행은 아주 길 것 같은 느낌이다. 벌써 3년째 본국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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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