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칸의 등장에 긴장하는 아마존 그리고 쿠팡

by 전성배

최근 미국에 최연소 연방거래 위원장이 등장해 화제다. 우리로 치면 공정거래 위원장으로, 그의 이름은 '리나 칸'. 1989년생이다. 그는 연방거래 위원장이 되기 전 이십 대 시절에 낸 논문으로 이미 엄청난 인기와 함께 별명 하나를 얻었는데, 바로 '아마존 킬러'다. 히어로 무비에나 나올 것 같은 별명이지만, 여기서 아마존은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 아니라, 쿠팡이 표방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가리킨다. 그 이름 옆에 '킬러'가 붙는다는 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가 아마존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아마존 킬러라 불리는 것일까? 답은 그를 아마존 킬러로 만들었던 논문에 있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이름의 논문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오래전부터 강하기로 유명하다. 어떤 기업이든 독점을 하면 해당 기업을 공중분해 버리는데, 일례로 '마이크로 소프트'가 이 법에 공중분해 당할 뻔 했다. 그만큼 영향력과 힘 모든 것을 갖춘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아마존이라는 기업은 늘 이 독점에 있어서 잡음이 많다. 이미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온라인 시장에서 엄청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두말할 것 없이 독점 기업이지만, 정작 현행 반독점법에는 저촉되지 않아서다. 반독점법을 적용하려면 결정적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 대목에 주목해 늘 최저가를 유지함으로써 지금까지도 반독점법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나 칸이 스물아홉에 낸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은 이 부분을 매섭게 꼬집었다.


논문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단기적 소비자 편익, 즉 가격 인하 효과만 있으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기존에 반독점법 이론은 기본적으로 독점을 소비자와 생산자 양자 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독점이 일어난다는 건 생산자가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 편익을 침해했다는 것으로 간주. 그때부터 법적인 제재를 취한다. 쉽게 말해, A라는 생산자가 경쟁 업체를 죽이기 위해 가격을 대폭 깎는 팝콘 게임을 벌인다고 생각해 보자. 소비자는 당연히 가장 저렴한 A 업체의 상품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써 소비자는 단기적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팝콘 게임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시장에 A 업체만 남게 되었을 때, 업체는 본격적으로 수확에 나선다.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더 높은 이익을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A 업체의 상품 외에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피해가 없다면 반독점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리나 칸은 이런 소비자 후생에 목적을 둔 반독점법이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독점을 하게 놔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독점을 하더라도 소비자 후생 침해가 없다면 즉, 가격 인상이 없다면 규제할 수 없다고 보는 현 반독점법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그는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양 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비자에게 최저가를 보장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생산자와 노동자들도 그 시장을 이루는 주축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생산자만이 아니라 소생산자와 노동자들까지도 포괄적으로 보며 독점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 모두를 고려해 시장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자. 플랫폼이 독점을 하게 되면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이익은 변동이 없거나 되레 소비자가 더 이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독점화되면 소생산자와 노동자는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자가 늘 최저가를 보장받게 되면 플랫폼은 어디서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더 싼값에 물건을 공급해 주는 소생산자와 그것을 움직여 줄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야만 한다. 그 착취가 심할수록 플랫폼의 이익은 더욱 많아진다. 이쯤에서 강하게 떠오르는 건 바로 '쿠팡'이다. 아마존을 표방한다는 쿠팡은 최근 이러한 문제를 매우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로켓배송과 쿠팡이츠 등으로 노동자들과 소생산자, 배달 라이더를 극도로 몰아 붙이는 쿠팡은 리나 칸이 말하는 독점 기업의 문제점을 모두 보여준다.


냉·난방 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은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근로자들은 겨울에는 핫팩 하나에, 여름에는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밤새 일을 한다. 그곳에서는 근로자들의 움직임을 수치화해 근로자들의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휴식 시간 등 모든 것을 통제한다. 쓰러지는 사람이 태반이고, 뉴스에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쿠팡이츠는 또 어떠한가. 라이더들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AI 기반 거리 측정을 통해 교묘하게 배달비를 착취한다. 아울러 배달을 많이 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나눠 생수를 주냐 마냐는 등의 같잖은 차별까지 벌인다.


쿠팡의 착취는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의 결제 대금에서도 벌어진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한 뒤에 받는 결제 대금. 모든 오픈마켓이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하면 얼마의 기간을 거친 뒤 사업자의 통장에 입금을 한다. 기간은 플랫폼에 따라 짧게는 일주일 미만. 길게는 2~3주가 걸린다. 하지만 쿠팡은 이를 자그마치 두 달에 가까운 기간이 지난 뒤에야 입금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쿠팡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판매해도 걱정, 판매하지 못해도 걱정인 것이 판매자들의 웃픈 사연이다. 쿠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결제 대금 정산이 늦어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은행과 연계한 사업 자금 대출 상품까지 선보이면서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가진 영향력 때문에 사업자들은 쿠팡을 떠날 수 없다.


나는 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만이 아니라 소생산자와 노동자들도 함께해 만들어진다는 리나 칸의 말에 공감한다. 나아가 그러하기 때문에 소생산자와 노동자를 갉아먹는 아마존의 행태를 강하게 지적하는 그가 놀랍고 대단하다. 문득 아마존이 그에 의해서 갱생한다면 아마존을 표방하는 쿠팡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내 단념한다. 지금의 쿠팡을 보면 사라지는 것이 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뭐든지 '빨리빨리'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에 등장한 쿠팡의 로켓배송은 쿠팡을 순식간에 재벌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몰랐다. 대가를 지불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쿠팡은 그 위에 있는 윤리를 저버렸다.


리나 칸은 결론적으로 구 독과점 이론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 한 영역을 독점하고 난 뒤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제2차 3차 독점을 하는 행태 또한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효용, 경쟁을 침해함으로 이 또한 제재가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최연소 연방거래 위원장이 된 리나 칸. 나는 그녀의 행보를 앞으로 쭉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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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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