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Mar 07. 2023

꽃을 주는 아주 짧은 이유

온갖 농작물을 먹으며 살고 있으므로 내 생의 얼마간은 명백히 그것들에 빚을 지고 있다. 반면 꽃은 그렇지 않다. 먹지 않으니 나를 살게 하지 않고, 주지도 받지도 않으니 나의 관계를 이롭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네가 꽃을 받아 몹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행복이 전이된다. 사람이 꽃을 나누는 이유가 있었다.


역시 그냥 사는 법은 없다. 다 빚인 것이다.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의 목표는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농업을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aq137ok@naver.com

https://litt.ly/aq137ok :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은 꼭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