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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Mar 21. 2023

여성 경매사와의 만남을 앞두고

2주 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글로 인사를 나눈 후로부터. 그사이 계절은 한층 더 봄에 가까워졌고, 그만큼 겨울에서는 멀어진 채로 우리는 2022년의 잔재와 비로소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겨울을, 끈질겼던 작년을 잘 배웅해 주셨는지요. 저는 이곳에만 글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여전히 글을 쓰고 있었고, 손으로 빠져나가는 저의 무언가를 다시 채우기 위해 타인의 글을 읽으며 지냈고, 근래 병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몸 어딘가가 아파서 간 게 아니라 낌새가 좋지 않아 간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간의 약을 처방받았는데, 아무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 내일은 오전 일찍 대학병원을 찾을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 약을 먹으면서도,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제 몸에 정말 이상이 있는 건가 싶습니다. 아프면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없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제 몸은 아무래도 후자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야속하기 그지없는데요. 부디 심각한 상태는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몸이 마음 같지 않아도 마음은 가야 할 길을 가야 하기에 저는 내일 가락시장에서 경매사님을 만납니다. 정말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인데요. 그간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를 분들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습니다. 지지난 글에서도 이미 실패의 전적을 말씀드렸는데, 거기에 횟수를 더할 뿐이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다운 씨를 만났습니다. 네, 내일 만나게 될 경매사님이 바로 그녀입니다. 그것도 저와 동갑의 여성. 그야말로 구세주처럼 제게 먼저 나타났습니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청과물 경매사 직군의 성비는 남자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지난 2018년 형세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도매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아니라 확언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농협 소속으로는 그녀가 ‘최초 여성 경매사’라는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죠. 현재까지도 가락시장에서 유일한 여성 경매사로서 매일 새벽 숱한 남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내일 그녀와 오후 늦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텐데, 오랜만에 하는 대면 인터뷰라는 점과 그게 하필이면 여성 경매사라는 점에서 요 며칠 두근거림이 가시질 않습니다. 내일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한번 더 시장을 방문해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뒤에 비로소 글을 쓸 텐데요. 확신하건대 그녀와의 대화는 한 편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몇 편은 그녀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되겠죠. 그 글을 쓰는 동안 저는 내내 그녀를 생각할 테고요. 저와 그녀 사이에 오간 대화가 궁금하신 독자분들께서는 ‘땅과 붙어사는 말’을 구독해 주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생동감 있는 사진과 이야기로 보답하겠습니다.


구독 링크는 바로 밑입니다. 사실 구태여 구독하지 않아도 블로그에서 저의 글을 충분히 보실 수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는 땅과 붙어사는 말에서 하려고 합니다. 다운 씨 같은 농산물과 함께 사는 분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때마다 당신이 드시면 좋을 농산물의 이야기도 땅붙말에서 더 많이, 더 심도 있게. 독자님의 관심이 헛되지 않도록 있는 힘껏 쓰겠습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주 오래오래 저와 함께 땅과 붙어사는 말을 나눌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에 우리가 만날 땐 더 봄에 가까워져 있겠죠. 어쩌면 완연한 봄에 우리가 함께 서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농산물과 생애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철마다 독자님이 드시면 좋을 과일 소개와 그에 얽힌 이야기는 덤입니다.

https://naver.me/GK5rq9YA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의 목표는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농업을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aq137ok@naver.com

https://litt.ly/aq137ok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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