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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글 May 15. 2019

나무와 사람의 닮은 점

두어 달 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수업을 듣고 있다. 초급자들을 위한 이론 강의에 가까운데, 이제까지는 조경 역사, 궁궐의 나무, 나무 이해하는 법 등을 배웠다. 매주 다른 주제로 두어 시간씩 듣다 보니 나무도 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는 건강하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 뿌리가 숨을 잘 쉬고 물도 잘 먹은 나무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 소나무를 예로 들면 송진을 내뿜어서 벌레를 물리친다. 반면에 건강하지 못한 나무는 벌레를 물리치지 못한다. 좀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좀'은 아주 작은 벌레를 말한다. 아주 작아서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정신차리고 보면 나무에 파고들어 깊은 병에 들게 한다. 이 좀들은 건강하지 않은 나무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 수천 미터 밖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나무는 숨을 잘 쉬어야 건강하다. 나무나 식물을 기를 때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뿌리가 자리 잡았는데 흙을 더 덮어서 지면을 높이는 일이다. 지면을 높이면 뿌리가 숨을 못 쉬기 시작한다. 뿌리가 숨을 못 쉬면 나무에 수분 공급이 잘 되지 않고, 나무는 살기 위해 잎과 가지를 말리기 시작한다. 어김없이 해충이 또 찾아오고 서서히 병들기 시작하다가 태풍이 오면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무를 너무 가깝게 심으면 나무는 생존의 위협을 받아서 오직 키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단단하게 뿌리내린 균형 있는 모양이 아니라 키만 훌쩍 커버리는데 이걸 웃자랐다고 표현한다. 웃자라면 키만 클 뿐 나무에 영양이 제대로 가지 않아 가지가 얇고 휘청휘청 인다. 사람도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거리가 필요하듯 나무도 그렇다. 


건강한 나무가 열심히 뿌리내리고, 벌레가 찾아오면 물리치고, 태풍이 찾아오면 잘 버텨내듯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웃자란 나무로 자라 이렇게 휘청휘청이고 있는 것일까. 나무의 상한잎을 떼어내고 가지를 다듬듯 내 삶의 일부분을 정리했다. 이제 새싹이 돋길 기다려 보는 수밖에. 우선 오늘은 흙 뒤집어 준다고 지면을 높여놨던 화분의 흙을 거둬내야겠다. 나무의 섭생을 이해하지 못해서 숨 쉬기 어려웠을 장미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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