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스터 샷을 맞고 휴가를 냈다. 팔이 뻐근한 것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다. 부스터 샷을 맞을지 말지 고민하던 것을 엄마가 알던 터라, 맞자마자 연락을 했더니 괜찮은지 묻는 연락이 자꾸 온다.
- 이상한 데 없지?
- 지금쯤 신호가 왔나?(팔이 뻐근한지 물은 것!)
- 이상 없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만 우리 엄마도 내 걱정을 참 많이 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대답을 하고 나서 뭘 먹을까 배달 앱을 보던 중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걱정 어린 연락을 받아서 그런지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5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나는 대개 일반적인 직장인의 생체 리듬으로 생활하지만 가끔 출근 시간이 다를 때가 있다. 지금은 가끔이지만, 예전에는 더 잦았다. 그날은 점심을 먹고 출근하는 날이었다. 햄버거가 먹고 싶었고, 혼자서 어느 패스트푸드 점에 앉아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나에게 패스트푸드점을 혼자 가는 것은 별 일이 아니다. 일이 끝난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그날 오후 출근이었다고 말했다.
- 그럼 점심은 먹고 출근했던 거야?
- 당연히 먹었지. 햄버거 먹었어.
- 혼자?
- 응. 엄마, 이게 인생일까?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하지만, 나는 그냥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응답이 없었다. 잠시 후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나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어느 포인트에서 눈물이 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후에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엄마도 쉬라면서 전화를 끊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도 눈물이 났다.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나의 눈물 버튼이 나 때문에 울어서였던 것 같다.
"엄마! 나는 가끔은 외롭고 지칠 때도 있지만 먹고 싶은 건 먹고, 하고 싶은 건 하고 즐겁게 살고 있어. 엄마가 나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그 시간을 엄마를 위해 쓴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거야. 그렇지만 이건 아마도 힘들겠지?"
아무래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걱정 인형을 하나씩 사 드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