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계란라면
한 달에 한번 김치로 차리는 밥상
갓 담은 겉절이만 잘 먹는 아들을 위해 시어머니는 김장을 하시고도 늘 겉절이, 열무김치, 파김치, 무생채, 동치미를 부지런히 담가서 주세요.
덕분에 겉절이 주시는 날에는 수육 해 먹고, 열무김치는 비빔냉면, 무생채는 비빔밥, 동치미는 아이들 밑반찬 그리고 파김치를 받아오는 날 저녁은 늘 삼겹살 파티예요.
너무 익어버린 파김치
삼겹살 메뉴가 아닐 때도 누룽지, 라면, 밥반찬으로 파김치를 가장 잘 먹어요. 해주신 걸 금방 먹고 통을 돌려드렸는데 원래 몇 달 뒤 해주시던 파김치를 몇 주도 안되어 커어다란 통에 담가 주셨어요.
첫날부터 열심히 먹었는데 양에 비해서 제 속도를 내지못하고, 너무 익어버린 후로는 신랑이 먹지 않기 시작했어요.
신 파김치로 뭘 해 먹지?
추운 겨울, 라면은 못 참지
2월인데 너무 추워요. 으슬으슬 팔과 겨드랑이 사이, 머릿결과 목사이, 몸의 따뜻한 온기가 있을법한 틈사이로만 바람이 스며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일단 냄비 두 개를 불 위에 올립니다. 추운 겨울인데 배까지 슬슬 고프다면, 라면이 가장 먼저 생각나죠.
얼큰하지만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해서 조금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한쪽 냄비에 면은 따로 살짝 삶아서 찬물에 헹궈요. 그리고 다른 냄비에는 신김치를 넣고 수프는 반만 넣어요. 면이 삶아지는 동안에도 밑국물은 내내 우려 져서 꽤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냅니다.
오늘은 김장김치대신 푹 잘 익은 파김치를 넣고 끓여요. 모든 국물이나 찌개에 파는 늘 멋지게 잘 어울려요.
파김치 계란라면
감자수제비 만두까지 넣고 보그르르 끓기 시작하면 계란 한 알을 탁 까서 넣어요.
추운 날 얼큰하게 끓여 먹는 파김치 계란라면, 속이 따뜻해지고 기분까지 풀리면서 배가 차차 불러오는 기분이 좋습니다. 계란에 파김치 올려서 한 입, 개운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듬뿍 담가서 볼 가득히 먹는 라면.
일상에서 내가 만들 수 있는 별 것 아닌 작은 행복이 있다면 오늘의 라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라면 먹고 가세요.
조용한 작가생활
따뜻한 봄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