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영철이 엄마는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영철이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어릴 때부터 영리하여 학원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성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다른 애들은 다 열심히 공부하는데요,
우리 애만 요즘 들어 산만하고 집중을 못해요.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요?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요즘 따라 짜증도 많아졌어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이 멈추지 않습니다.
'내가 이 시기에 이걸 놓치면 어떡하지?'
영철이 엄마는 매일 밤 학습 정보나 교육 관련 콘텐츠를 끊임없이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도 합니다.
불안은 정보를 더 찾게 만들었고, 정보는 다시 불안을 키워갑니다.
"선생님,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아니면 진짜 우리 애가 뒤처지고 있는 걸까요?"
불안은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마음의 외침이 숨어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실패하면 안 된다는 걱정,
과거로부터 비롯된 아쉬움이 불안이 되어 엄마를 휘감습니다.
때로는 예전의 겪었던 미완의 감정이 아이에게 옮겨옵니다.
"선생님, 다른 엄마들은 더 많이 시키는데요."
비교는 현재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내가 그때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우리 엄마가 나를 조금만 더 믿어주고 밀어줬더라면,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 꿈을 아이를 통해 다시 이루고 싶어지는 마음도 있습니다.
아쉬움이 불안이 되어 아이에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안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중요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자녀 양육 과정에서의 불안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불안은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불안을 외면하면 오히려 그 감정이 아이에게 조급함이나 압박으로 전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내가 불안해지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면 좋습니다.
내 안의 불안을 인정하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게 됩니다.
"나 때문에 아이가 손해 보면 어쩌나요."
엄마들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놓치면 안 되는 정보’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고 해서 불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더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정보보다 나의 생각이 맞을 때도 많습니다.
"이 학원이 좋다더라, 그 방법이 효과 있다더라,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주변에서 쏟아지는 조언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그 아이에게 맞았던 방법입니다.
내 아이에게도 똑같이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언은 참고만 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맞는 선택은 결국 부모인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영철이 엄마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연습을 해나갔습니다.
"예전에는 불안하면 아이를 닦달했었어요.
이제는 제 감정을 먼저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아이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지금처럼 교육 정보가 넘쳐나고 부모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시대에는 내 방식대로 중심을 잡고 가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