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담: 잠시 멈춘 당신,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를

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by 김은희

고립·은둔청년이라 불리는 잠시 멈춘 청년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은둔형 외톨이'와 '고립·은둔청년'이라는 표현이 뉴스와 정책 자료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외부활동을 거의 안 하고 오랜 시간 방 안에 머무는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회적 시선이 차갑습니다.


무력함이나 의지 부족으로 단정 짓는 것은 이들의 삶을 오히려 더 깊은 고립으로 밀어 넣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을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으로 정의하고 사회적 단절과 심리적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이들의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청년'으로 불리기 이전에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 단어는 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부족합니다. 낙인과 편견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과정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이들을 평가가 아닌 이해와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멈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지훈님의 이야기


지훈님(29세, 가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군대를 다녀온 후, 5년째 방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보다 못한 부모님이 병원에 가자는 말을 하면 문을 걸어 잠가버립니다. 지훈님는 방에서 가끔 스마트폰으로 상담센터 홈페이지를 들여다봅니다.

"안녕하세요. 상담을 받아보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을 써 놓고는 수없이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그 한 줄을 보내는 일이 그에게는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아직 전송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그는 다시 창을 열어봅니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바람이 지훈님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혜진님의 이야기


혜진님(30세, 가명)은 대학 졸업 후 몇 번의 취업 실패를 겪으며 고시원 방에 홀로 머물게 되었습니다. 점점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고 만남이 두려워졌습니다. 식당에 가는 것도 큰 부담이 되어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사만 사 오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 서핑 중에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상담'이라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북마크를 해두었지만 아직 클릭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 작은 문을 열어야 된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의 단어, 은둔고립청년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은 일본 내각부가 처음 정의한 개념으로 6개월 이상 사회적 활동 없이 집에 머물며 학교나 직장 등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있지만 조심스럽게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캥거루족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말합니다. 니트족은 학교, 직장, 직업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고립·은둔청년이 이들과 다른 점은 경제활동 여부를 넘어선 깊은 심리적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직 상태나 경제적 의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고통이 수반된 복합적 상황입니다.


학문적으로는 이들을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상태로 분류합니다. 물리적 단절뿐 아니라 고립감, 외로움, 심리적 고통이 겹쳐져 있는 상태입니다. 단절된 삶은 단순히 혼자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과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감각 자체가 멀어져 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3월 발표한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및 정책 방향」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 중 약 31만 5천 명이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중 다수는 우울감(80.5%), 대인기피(58.1%), 자존감 저하(52.9%), 수면장애(50.5%)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가족과 사회관계의 단절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초기 발견과 상담 연계, 사회복귀 지원을 포함한 통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이들의 회복 여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은 문 앞에서 들어오기를 조용히, 그리고 간절히 기다려주는 일입니다. 상담실을 방문한 것 자체가 큰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 수 있도록 존중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대신 예약하고 강제로 데려오는 방식은 고립된 마음을 더욱 굳게 닫게 만듭니다. 상담은 청년이 스스로 내딛는 한 걸음을 응원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신뢰 관계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상담자는 무조건적인 공감과 수용을 통해 이 세상에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서툴고 느린 변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야 합니다. 상담실이라는 작은 공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창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목표도 크지 않아도 됩니다.


현관문을 열고 햇빛을 쬐어보는 것, 편의점까지 다녀오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마음속에 새로운 감각을 일으킵니다. 행동이 변하면 생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작은 변화가 다시 세상과 이어지는 다리가 됩니다.


가족은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지나친 걱정이나 무심한 방치는 모두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족이 청년을 향해 기다림과 신뢰의 언어를 배워갈 수 있도록 가족 상담이 함께 이루어질 때, 청년의 마음도 조금씩 열릴 수 있습니다.

고립과 은둔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길에서 세상과 연결될 힘이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리고 다시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은 그 길을 함께 걷는 과정입니다.


잠시 멈춰 있기를 선택했다면,


다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