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31 퇴사하는 날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평소 내 폰은 캔디다)
'어? 둘째 형부가 웬일로 전화했지???'
나 : 여보세요~
형부 : 처제, 장모님한테 전화 좀 해요. 지금 전화했는데
혼자 울고 계세요. 연말인데 딸들이 전화도 안 하고
오지도 않고 딸들 보고 싶데요.
나 : 네... 형부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엄마와 통화한 지가... 일주일도 넘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름 핑계도 있었다.
그냥 전화하면 안부 묻고 따뜻한 말이 듣고 싶은데
꼭 다른 딸들 얘기로 시작해서 임영웅 얘기로 끝난다.
전화를 끊고 나면 마음이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딸만 넷이 우리 집 그중 셋째 딸이다. 다른 딸들에 비해
어릴 때 몸도 약하고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어서 가족과 있으면 늘 주눅 들어 있었다.
모두 성격도 활발한데 난 늘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비실비실
하게 함께 섞여있었다. 집에 있는 게 싫었다. 그곳에 있으면
내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지금 내 나이 올해 48세가 되었는데 엄마한테는 아직도
내가 그 옛날 비실인 거다. 혼자 살고 있으니 걱정하실
만도 하겠지 이해를 하려 해도 마음 한구석이 따끔따끔
하다.
엄마를 사랑한다. 다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다 똑같이 잘날 수 없으니 엄마 눈에는 못나보여도 그냥 내 삶의 방식을 수용해 주 신길 너무 바란다. 사랑하지
만 내겐 너무 쎈 엄마, 감당할 수 있는 분은 아니지만...
혼자 울고 계셨다고 하니 마음이 더 찢어진다.
'독설가 신여사'가 혼자 울다니... 엄마도 마음이 약해
지셨나 보다. 오늘은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하면서
꼭 안아드리고 와야지.(만나자마자 독설을 날리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