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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Sep 10. 2024

|없이 살아서 저래|

   "버리기 힘든 나를 어쩌지..."


"그래 이제는 그래도 옛날 생각하면 지금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사는 것은 훨씬 나아졌잖아"  


나 자신에게 되뇌어 본다. 그리고 또 질문한다.


"근데 왜 그래 도대체,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쓸데없는 물건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거야..."




더니든에 있는 오타고 대학교의  재학시절에는

다른 4명의  학생들과 같이 살았었는데,

부엌과 세탁실은 공용으로 사용하였지만,

나 혼자 쓰는  화장실과 욕실이 딸린 방이었기에  

작은 방이었어도 나는 그곳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더니든은  거의 학생들의 도시라고 불린다.  


집주인들은 보통 방 계약을 1년 단위로 하는데,

그래서 2~3 달의 방학기간 동안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돌아가기 때문에

 거의 집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40이 넘어서 약대를 간 터라,  

게다가 갈 부모님 집도 뉴질랜드에 없었고,

방학에는 약국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야  그다음 학기의 생활비와 교재비등을 벌 수 있었기에,

모든 학생들이 떠난 빈집에서 혼자 집주인의 뚫을 듯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버텨냈어야만 했었다.




방세를 내놓고도 살지 않는 대부분의 학생들에 비하면,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나는 지독하고

아주 성가신 세입자가 돼버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몹시 억울하다.


내 방에는 싱글 침대 한 개, 책상과 책꽂이,

그리고 아주 작은 붙박이 옷장이 있었고,

그 외의 공간은 누워서 운동을 할  공간도 없는 아주 작은 방이었었다.







그 많던 옷가지, 신발들을 넣고 다 보관할 수가 없어서,

신발 박스들들 얻어다가 몇십 개씩 문 앞에 천장이 닿도록 쌓아놓고,

또 옷엔 먼지 앉을까 봐 정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가구도 못 살 정도로 가난했던,  할머니랑 살던 선미네 집에서나 보았던

지퍼로 열고 닫는 옷장까지 사서 잔뜩 쌓아놓았었던 그 옷가지들.....


결국은 다 버려도 아깝지 않았을 값싼 짐들이었을 텐데,  

무슨 연유인지 정말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뉴질랜드에 사는 언니와 나는

한국으로 가서 엄마의 짐과 유품을 정리하며,

세상에나 15년 전 심지어 20년 전에 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했을 때 사드렸던 블라우스부터,

비행기 타던 시절 돈 모아서 사드렸던

유행 지난 무스탕코트와 밍크코트 등의 옷가지들과

뜯지도 않으신 화장품까지도 다 그대로 보관하고

계신 것을 보고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또 많이 놀랬었다.





난 20대 때 승무원으로 일하면서도

가끔 시간이 날 때에는 어린이 행사 진행자로 또 일을 하기도 하였고,

늘 목돈을 모으게 되면은 엄마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드리는 게,

나의 행복이자 돈을 버는 보람과 기쁨이었다.




엄마는 막내딸 외국어 대학교 붙었다고,

또 대한항공 승무원이 되었다고 너무 뿌듯해하셨는데,

그 후에는 난생처음 껴보시는 다이아 반지도

그렇게 부러워하셨었던 밍크코트도

막내딸이 사주었다고 은근히 자랑도 하시곤 하셨다.

그리고 난 엄마의 그런 아이 같은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고 또 기분이 좋았었다.





늘 돈에 쪼들리시기에 비싼 물건들도 많이 없으셨었는데,

작은오빠랑 새언니가 선물해 주었던 비싼 고급 화장품들도

패키지를 뜯지도 않은 채 보관만 하시고

전에 쓰시던 오래된 세일 제품만 쓰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엄마.....




늘 없이 사셔서 그러신 것일까.

늘 좋은 것은 아끼다가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하시고,

본인은 늘 오래되고 낡은 것만 쓰시던 우리 엄마.…


그런데,나는 우리 엄마의 미니미였다!

지금 나는 엄마와 똑같은 중년이 되어버렸으니....






사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기에,

주기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집과 물건들을 정리하고는 하는데,

집에 반 이상을 버릴 물건으로 채워놓는다면,

결국 쓰레기 때문에 우리는

비싼 집의 융자이자의 반을 버리는 거라 하였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버릴 물건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결국 나는 돈과 나의 시간

그리고 나의 노력까지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리는 만큼 다시 그 공간은 좋은 것으로 채워진다고 하는

진리를 실천해 보려고 한다.


 오늘부터 나는 그  많은 물건과 짐들을

“정리”가 아닌 “비움”으로

나의 내면과 마음의 여유 공간을

자유로 채우려고  결심해 본다.



***이미지: Pixa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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