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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Aug 29. 2024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

"미스터 미세스 코반"

노스쇼어와 시내를 연결하는 오클랜드의 단 하나의 대교인 하버 브리지는 아침이면 교통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차량통행이 많다. 나는 그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지난 8년 동안 약국의 근무 시작은 아침 8 시이었지만, 늘 5 시에 일어나서 어떤 경우에는 새벽 6시 20분에 시내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많게는 8킬로 까지 근무 전에 오클랜드 도메인 파크,  알버트 파크, 파넬 혹은  오클랜드 페리 근처 바닷가 걷기를 하곤 했었다.


그날 아침에도 곧 풀타임으로 일하기로 한 약국의 계약이 시작되기 전에 임시로 일하기로 했었던 메디컬 센터에 일찍 도착하여서 메디컬 센터 뒤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평소와 같이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보통은 모르는 전화번호로 오는 전화들은 받지를 않는데 그날은 평소의 나와는 달리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그 전달까지 근무했었던 오클랜드의 시내의 사무실 그리고 대학가에 위치했었던 메디컬 센터 내의 약국이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그리고 유학생과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 등의 불경기로 문을 닫은 후 연락이 끊겼었던 환자분의 따님 로즈라고 하면서, 아버지인 미스터 코반께서 어제 돌아가시면서, 나탈리한테 연락해서 8년간 그와 그의 아내를 성심 보살펴주어서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 하셨다 했다.


돌아가셨던 부모님 생각에 더욱더 마음을 써드리게 됐던 정말 애틋하시고 의좋으셨던 80대 노부부, 미스터 미시즈 코반, 두 분 다 짧은 기간 내에 돌아가시다니, 마치 미스터 코반은 미세스 코반을 돌봐드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본인의 생을 붙들고 계셨던 것일까란 생각에 더욱더 마음이 아려왔다.


처음 그분들을 만났을 때는 미세스 코반이 84세 그리고 미스터 코반이 82세이셨고, 두 분 다 암투병 중이셨고, 특히 미세스 코반은 치매증상도 있으셔서, 주로 처방된 약을 받으러 오시는 분은 미스터 코반이었고, 몇 개월에 한 번씩 휠체어에 탄 미세스 코반도 메디켈 센터에 정기 진료를 받으러 오시면, 아기 같은 환한 미소로 나에게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 하시면서 ,

"나탈리 왜 우리 집에 모닝티 (아침에 차와 다과를 먹는 영국식 문화 ) 하러 안 와? 내일 올 수 있어?"라고 천진 난만하게 말씀을 하셔서는 옆에 계신 미스터 코반과 그들의 딸 로즈가 민망해하며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하시 곤 했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내가 그 약국에서 일하고 있을 때 이미 미세스 코반께서 돌아가셨고, 그 후 미스터 코반은 두 분이 사시던 오클랜드 시내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의 딸 로즈의 집으로 이사 들어가게 되셨다고, 그의 약을 마지막으로 받으러 온 로즈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는 7개월도 채 안돼서 미스터 코반도 세상을 떠나시게 된 것이었다.


미스터 코반께서 혼자 반 년여간 얼마나 마음이 허망하고 외롭고 적적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 미어짐과, 또 임종 때도 못 지켜드렸던 내 엄마 아버지가 다시 한번 생각나며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 동안 차에서 멍히니 앉아 있다가 약국을 8시에 열어야 해서 빨갛게 된 눈과 코를 정리하고  다시 마음을 추슬러 보았다. 나에게는 그날도 돌봐드려야 할 많은 환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우리 인간은 정말 낙천적이게 태어나서 그 누구나 언젠가 죽음이 온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시한부임에도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또 미래의 커리어, 재테크 그리고 삶의 방향등을 계획하며 기운차게 살고 있다.


그렇다면 시한부인 우리 자신에게 최소 몇 가지 소원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잠시 다녀가는 이 세상은 우리가 다녀 가기 전에도 또 다녀 간 후에도 아무 일도 없듯이 원래 대로 잘 돌아갈 것이고, 그렇다면 잠시 가는 해외여행조차도 몇 달간 조사하고 갈 곳, 먹을 것 그리고 경비와 숙소등을 계획하는 우리들인데 우리의 한정된 그리고 길지 않은 인생이라는 가장 중요한 여행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아이터너리를 계획하여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시한부인 우리 자신에게 또  정해진 삶이라는 짧은 여행동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가장 멋지고 젊은 오늘 애절하도록 해보고 싶고, 가보고 싶고, 만나보고 싶고, 배워보고 싶고 그리고 도전해 보고 싶은 소원들을 노트에 적어 보기를 모든 독자분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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