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침 챙겨 먹기와 저염식
당뇨전단계와 만성신부전 1단계를 진단받은 지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칼륨이니 인이니, 나트륨과 단백질이니, '그냥' 먹어왔던 식사에서 벗어나 식사의 순서, 시간, 차려진 음식의 영양소까지 신경 쓰며 먹기 시작했다. 별거 없지만 그동안의 변화를 스스로 기록해보려 한다.
<아침 챙겨 먹기>
공복 상태에서의 첫 식사가 하루의 혈당과 영양섭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일단 몇 년간 거르던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열의로 가득 차 전 날 샌드위치도 미리 준비해보기도 하고, 전 날 먹은 저녁을 아침에 먹고 갈 수 있게 따로 준비해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매일 하기엔 귀찮은지라 쉽지 않았던 지라 얼마 못 가 품이 많이 들만한 아침은 피하게 됐으나.. 대신 좀 더 간단한 방식으로 바꿨다. 야채찜과 오버나이트뮤즐리를 전날 준비해 놓고, 아침에 출근해서는 전날 준비한 아침에 사과와 삶은 달걀을 같이 먹었다. 야채찜은 혈당을 위해 먹기는 하나, 종류에 따라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것들은 제외했다. 당근을 주로 사용했고, 이 외엔 혈당관리와 칼륨섭취의 중간에서 호박, 브로콜리, 양배추, 파스닙, 레드비트 등을 사용했다. 가끔 피망이나 셀러리를 같이 준비하기도 했다. 사실 칼륨섭취 위주로 생각하면 먹을 만한 야채가 많이 줄어드는 데다, 단백질이니 뭐니 더 신경 쓰다 보면 요거트도, 호박도, 비트도 콩류도 죄다 고칼륨 음식에 속해 정말 먹을 게 없어진다. 그렇다고 매일 올드보이처럼 똑같은 음식만 아침으로 먹을 순 없으니, 섭취량을 줄이거나 조리 방식을 바꾸는 등으로 최대한 타협을 보았다.
<저염식>
당뇨든 신증이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단 나트륨 섭취의 제한이었다. 혈압 상승을 막고, 내 주 증상인 단백뇨를 줄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저염식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유럽. 그리고 독일. 토막 상식-독일은 저혈압 환자가 많아 짠 음식 외에도 사우나, 쓴 맛 위주의 커피, 담배등을 선호하기도 하고,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금 종류는 암염이라 우리나라가 주로 사용하는 천일염보다 염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음식을 짜게 먹는 문화라고는 하지만, 가끔 외식 때 새로운 식당에 도전했다가 음식 모양 소태에 호되게 당할 때마다 이해고 뭐고 도대체가 이게 말이 되는 맛인가 싶기도 하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길로 새 버렸지만 아무튼, 해외에서 저염식을 실천하려면 일단 외식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저염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간장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식 거의 대부분에 주로 쓰이는 간장이 장 중에서 가장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이번에 저염식을 시작하며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간장계란밥 러버였던 나는 매우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염도를 낮춘 간장을 쓰는 것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제품들은 대부분 칼륨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간장은 줄일수록 내 건강엔 좋았다. 그렇지만 요리는 조금 좋지 않을지도...
내가 일하는 곳은 옆에 한식팀이 같이 일한다. 우리는 매일 빵과 닭강정, 족발, 전 등을 바꿔 먹는 사이(?)였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매일 우리의 점심을 준비해주기까지 했다. 독일에 살지만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한식을 더 자주 먹었던 거 같다. 육개장, 우거지갈비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감자탕, 삼겹살, 도가니탕, 꽃게탕... usw.(und so weiter).. 진단받기 전까지 매일을 흰쌀밥에 별다른 반찬 없이 이렇게 먹는 점심이 싫진 않았다. 자극적이기야 하겠지만 일이 끝날 즈음인 점심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단받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저염식을 위해 끊은 건 당연히 이 점심이다. 처음엔 왜 밥을 안 먹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흐지부지 대답하며 퇴근하곤 했는데, 며칠 뒤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며칠 전부터 일 하는 중간중간 달걀이니 요거트니 야채니 먹고 있는 날 보며 유난스러워 보였을 거라 다들 듣고는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점심은 웬만하면 집에 돌아와 요리해 먹는 걸로 바꿨다. 계속하다 보니 이 고물가 시대에 밖에서 특출나게 맛있지도 않은데 짜고 비싸기까지 한 음식을 사 먹을 바에 집에서 내가 원하는 간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만들어 먹는 거에 재미와 맛을 들리게 되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