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연재
팔랑이와 폴랭이, 가을 바람을 타다
양윤덕
포플러 나무 가지 끝에, 나란히 붙어 있는 두 장의 나뭇잎이 있었어요. 노란빛에 가까운 팔랑이, 주황빛이 도는 폴랭이. 서로 붙어 지낸 시간이 벌써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었지요.
“폴랭아, 너도 물이 들기 시작했구나.”
“응, 팔랑이 너도. 이제 우리도 바람을 탈 준비를 해야 하나 봐.”
둘은 매일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설레곤 했어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지금도 좋지만, 언젠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세상을 만나게 될 그날을 꿈꾸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팔랑이의 줄기를 살짝 건드리는 바람이 지나갔어요.
“아야… 나, 떨어질 뻔했어!”
폴랭이는 깜짝 놀라 말했어요.
“괜찮아? 아직은 이르잖아. 조금만 더 같이 있어.”
팔랑이는 더 단단히 붙잡았어요. 아직은 헤어지기 싫었거든요.
하지만 계절은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어요.
며칠 뒤, 갑자기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어요.
“폴랭아——!”
“팔랑이——!”
두 나뭇잎은 함께 빙그르르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하지만 바람은 두 방향으로 갈랐고, 팔랑이와 폴랭이는 서로에게 손을 흔든 채 멀어졌지요.
팔랑이는 들판 위로 날아가 풀벌레들과 친구가 되었고,
폴랭이는 연못가에 내려앉아 개구리들과 인사했어요.
낯선 곳에서 혼자라는 게 처음엔 조금 외로웠지만,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을을 받아들이며 점점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가을의 끝, 겨울이 오기 전날 밤. 마치 기적처럼 바람이 다시 불었고, 팔랑이와 폴랭이는 하늘에서 다시 마주쳤어요.
“팔랑이!”
“폴랭이!”
두 나뭇잎은 하늘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었어요. 그리고 조용한 숲길 위로 나란히 내려앉았답니다.
“우리, 멀어져도 마음은 함께 있는 거야.”
“응. 떨어졌어도, 언제나 이웃이고 친구니까.”
두 나뭇잎은 그렇게 가을의 마지막 여행을 함께 마무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