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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꽃의 위로

수필

by 예원 양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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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 속에 소중히 간직한 사진이 한 장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리시안서스와 역경을 이겨낸 사랑을 의미하는 마트리카리아. 보라색과 하얀색 꽃 두 가지가 곱게 피어 있다. 마치 나를 보며 "참 잘했어요"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그 꽃 사진은 지난 생일에 내가 나에게 선물한 꽃이다.

내 생일은 수요일이었다. 아들과 딸이 직장 생활로 바빠서 주말에 미리 시간을 내어 강남의 한 유명한 식당에서 축하 자리를 가졌다. 모두 합창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손자는 "할머니, 오래 건강 하세요"라며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케익을 자르고, 맛있는 식사와 가족들의 생일축하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여보, 사랑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심장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살아오며 많은 사랑과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날들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정작 내 생일 당일, 나는 조금 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남편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나 창가에 걸쳐 있는 희미한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남편이 뒤척이기에 기대에 차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남편은 잠결에 중얼거렸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당연히 남편으로서 내 생일만큼은 기억하리라 기대했는데 내 생일을 기억 못하다니! 은근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의 등에 대고 다시 물었다.

"정말 몰라? 내 생일이잖아!"

남편은 하품을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난 주말에 애들이랑 다 같이 축하했잖아. 그런데 또 무슨... 그리고 지금 아침이 되려면 아직 멀었잖아."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새벽부터 티격태격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나는 결국 이불을 박차고 안방을 나왔다.

'내 생일을 기억 못하다니!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네…' 혼자 중얼거렸다.

날이 빨리 밝기만을 바라다가, 아침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거리는 활기찼다. 내 마음과는 정반대였다.

'나를 위해 뭘 할까? 어디로 가볼까?'

망설이다가 집 근처 꽃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화원에 들어서니 꽃집 여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꽃향기와 그녀의 미소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나는 진열장에 놓인 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두 종류의꽃을 골랐다. 포장을 부탁하자 꽃집 여사장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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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아니요, 나에게 선물하려고요."

내 말에 그녀가 웃었다. 꽃을 안고 사진을 찍었지만, 자꾸만 화나 있는 듯한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꽃만 다시 찍었다.

꽃값을 계산한 후, 무인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한산한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져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마음속에는 늘 작은 기대가 자리한다. 하지만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서럽고 안타깝다. 특히, 남편이기에 더 그렇다. 평소에는 잘 해주더라도, 이렇게 중요한 날에 생일을 잊어버리면 마음이 와르르 허물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또 생긴다면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아야겠다. 오늘은 그 대비책으로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학습을 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손에 들고 있던 꽃을 화병에 꽂았다.

비록 남편의 기억은 내 생일날을 기억 못하고 지나쳤지만 두 꽃이 나를 위로했다. 변치 않는 사랑,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사랑처럼 나도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꽃은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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