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낭만의 스위치가 켜졌다.
남편이 보내온 노래 한 곡.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언어가 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사랑은 오래되어도, 익숙해져도 여전히 낭만이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 할거라고/ 등뒤에 번지던 눈물이 참 뜨거웠소/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고맙소’ 가사 전문-
며칠 전, 남편이 조항조의 노래 ‘고맙소’ 유튜브 링크를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아빠의 연인이자 최애, 사랑하는 엄마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여보, 내 마음을 담아 보내드리오.”
청소기를 돌리던 중 들려온 카톡 소리에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다.
그 순간, 내 가슴속 낭만 센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뭉클뭉클.”
소리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무드모드로 전환하세요”라는 음성 안내처럼 느껴졌다.
나는 점점 달콤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열선이 데워지듯
그의 마음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곁에 있었다면, 뜨겁게 안아주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겨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조항조의 목소리를 남편의 음성처럼 받아들이며 들었다.
그의 진심이 내 안에 울렸다.
혼자 웃다가, 울다가,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
답장을 보낸 순간에도 낭만 센서는 계속 작동 중이었다.
“뭉클뭉클. 무드무드.”
남편은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자주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처음 만났던 그 시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하고도
“조금만 더 있다 가요.”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날들.
찻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번지고 얼굴이 붉어지던 순간들.
그런 날 중 하나.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그가 굵직한 목소리로 가곡 ‘명태’를 불러준 기억.
나는 한없이 그의 마음속으로 빠져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작고 조용한 낭만이었다.
그런 남편 덕분에 내 가슴속 낭만 모드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고장난 적 없다.
감지되기만 하면 어김없이 작동한다.
그리고 그 센서가 진짜 힘을 발휘할 땐
그의 것도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쿵짝.”
서로의 감정이 함께 울려야 하니까.
나는 그에게 오래전 내가 쓴 노래 가사를 답장으로 보냈다.
그와 주말부부로 떨어져 처음 홀로 지내던 밤,
눈물로 써내려간 가곡이었다.
“오늘 다시 보아도 처음 본 그날처럼
그리움에 눈매 깊어지네요.
봄날 햇살처럼 따스한 눈빛
여보, 나 당신 곁에 있어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체온을 덥여가며
한 몸으로 살아온 여보, 당신
절반은 사랑, 절반은 눈물…”
낭만 모드를 잠시 ‘오프’로 바꾸고
멈췄던 청소기를 다시 돌렸다.
흥얼흥얼,
멜로디는 여전히 내 안에 머물렀다.
“처음 만나 설레고 뜨거워지던 시절은
어느 부부에게나 있는 거겠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사람이
지금은 평생 함께할 사람이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결혼 전에 낭만을 연습했으니,
결혼 후의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알아간다.
부부로 살아가는 시간은,
낭만 센서가 녹슬지 않도록
때때로 꺼내 닦아줘야 하는 시간이다.”
밖에 있는 내가
안에 있는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