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 모드, 작동 중입니다

수필

by 예원 양윤덕
RcK%2BdOIU5BEBcHFb4mS14EMsBcMFI9grU%3D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낭만의 스위치가 켜졌다.

남편이 보내온 노래 한 곡.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언어가 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사랑은 오래되어도, 익숙해져도 여전히 낭만이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 할거라고/ 등뒤에 번지던 눈물이 참 뜨거웠소/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고맙소’ 가사 전문-



며칠 전, 남편이 조항조의 노래 ‘고맙소’ 유튜브 링크를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아빠의 연인이자 최애, 사랑하는 엄마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여보, 내 마음을 담아 보내드리오.”

청소기를 돌리던 중 들려온 카톡 소리에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다.

그 순간, 내 가슴속 낭만 센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뭉클뭉클.”

소리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무드모드로 전환하세요”라는 음성 안내처럼 느껴졌다.

나는 점점 달콤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열선이 데워지듯

그의 마음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곁에 있었다면, 뜨겁게 안아주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겨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조항조의 목소리를 남편의 음성처럼 받아들이며 들었다.

그의 진심이 내 안에 울렸다.

혼자 웃다가, 울다가,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

답장을 보낸 순간에도 낭만 센서는 계속 작동 중이었다.

“뭉클뭉클. 무드무드.”

남편은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자주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처음 만났던 그 시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하고도

“조금만 더 있다 가요.”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날들.

찻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번지고 얼굴이 붉어지던 순간들.

그런 날 중 하나.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그가 굵직한 목소리로 가곡 ‘명태’를 불러준 기억.

나는 한없이 그의 마음속으로 빠져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작고 조용한 낭만이었다.

그런 남편 덕분에 내 가슴속 낭만 모드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고장난 적 없다.

감지되기만 하면 어김없이 작동한다.

그리고 그 센서가 진짜 힘을 발휘할 땐

그의 것도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쿵짝.”

서로의 감정이 함께 울려야 하니까.

나는 그에게 오래전 내가 쓴 노래 가사를 답장으로 보냈다.

그와 주말부부로 떨어져 처음 홀로 지내던 밤,

눈물로 써내려간 가곡이었다.

“오늘 다시 보아도 처음 본 그날처럼

그리움에 눈매 깊어지네요.

봄날 햇살처럼 따스한 눈빛

여보, 나 당신 곁에 있어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체온을 덥여가며

한 몸으로 살아온 여보, 당신

절반은 사랑, 절반은 눈물…”

낭만 모드를 잠시 ‘오프’로 바꾸고

멈췄던 청소기를 다시 돌렸다.

흥얼흥얼,

멜로디는 여전히 내 안에 머물렀다.

“처음 만나 설레고 뜨거워지던 시절은

어느 부부에게나 있는 거겠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사람이

지금은 평생 함께할 사람이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결혼 전에 낭만을 연습했으니,

결혼 후의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알아간다.

부부로 살아가는 시간은,

낭만 센서가 녹슬지 않도록

때때로 꺼내 닦아줘야 하는 시간이다.”

밖에 있는 내가

안에 있는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의 저녁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