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또 속아줘야죠.

by 회사원z

오랜만에 라디오를 켰습니다.

디제이 분이 그러시더군요.

우리 인생은 참 정직하다고요.


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산 문장이었습니다.

사실 저의 스물일곱은 절 끊임없이 속였거든요.

최선을 다해 사랑한 사람은 이별 후에 강자라던데,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바보같이 뒤를 돌아보는 미련한 사람이었답니다.

온 마음 다해 바친 저의 커리어는 끝나지 않는 도전과 야근의 연속이었고요.


애석하게도 절 속이지 않은 건

바닥난 체력과, 20대 후반을 향해가는 듯한 건조한 감정선뿐이었습니다.


예전엔 표정이 많고, 웃음이 많았는데 스물일곱이 되면서부터는 무표정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생각해보니 행복한 표정을 지어본 게 까마득합니다.

회색빛 도시에서 회색빛 표정을 짓고 살고 있더군요.


가끔은 25살,

귀여웠던 신입사원 시절의 저를 꺼내봅니다.

아— 너무나 그리운 시절이에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지나간 과거는 늘 아련하고 마음속에서 보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푸시킨은 말했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 말라고.

결국 이 순간도 그리워질 거라고요.


최악이라던 저의 스물일곱이

언젠가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을지

미래의 제가 알려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제 곧 월요일이 오겠지요.

메일함은 또 쉼 없이 울릴 테고,

아침부터 팀장님의 눈치를 보며

오늘 하루가, 이번 한 주가 무사히 끝나길 바라겠죠.


어쩌겠습니까. 삶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늘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라며 속삭이지만,

사실 내일엔 또 내일의 고난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죠. 마치 끝없는 게임 퀘스트처럼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알면서도 속아주기’ 아닐까요.

쳇바퀴처럼 내일도 돌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할 거라고 믿어야죠.


알면서도 속아주다 보면,

행복한 척 연기라도 하다 보면,

언젠가 진짜로 행복해질지도 모르잖아요.


자, 그럼 우리.

또 거하게 사기당하러 한 발 내딛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