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비교되는 액자

by 락부락부

벽에 걸린 그림을 본다. 그림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액자다. 화려한 장식, 굵직한 테두리, 고급스러운 질감.


그 그림은 꽤 오래전부터 다른 작품과 비교되는 액자에 갇혀 있었다. 다른 액자들과 나란히 놓고, 크기를 재고, 색을 비교했다. 그 비교의 눈금은 언제나 다른 액자가 더 길었고, 더 밝았고, 더 완벽해 보였다.


나는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친구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할 때, 나는 여전히 교정을 서성이고 있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이 자꾸 부끄러웠다.


군대도 늦게 갔다. 내가 복학할 즈음, 동기들은 이미 졸업을 했거나 취업을 했고, 나만 혼자 교실에 남겨진 기분이었다. 남들보다 두 살 많은 나이는 내 발목을 잡았다.


똑같은 과제를 해도, 똑같은 발표를 해도 ‘지금쯤이면 더 잘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자책이 꼬리를 물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조급했다. 늘 늦었다는 생각이 마음을 파먹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동안 나는 작고 불안정한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월급으로 차를 사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결혼 준비를 했지만 나는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벅찼고, 이직을 고민하면서도 ‘어디든 들어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깎아먹곤 했다.


남들보다 가진 것도 없고, 늦기까지 하다는 생각에 나는 점점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거울을 보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모두 부담스럽고 피곤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건, 내가 나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내 그림을 본 적이 있었을까. 나는 늘 남들이 걸린 벽만 바라봤다. 그들이 어떤 액자에, 어떤 벽에 걸렸는지. 그 벽에 나는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내 그림은 너무 초라하다고, 자꾸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건 그림이 아니라, 액자의 문제였다.


남들의 액자는 화려했다. 좋은 직장, 좋은 집, 반짝이는 프로필. 그걸 기준 삼아 나를 바라보면, 나는 언제나 작고 초라한 그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림은 액자에 갇히는 순간, 본래의 색을 잃는다. 그림은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려낸 시간과 마음과 이야기가 담긴 존재다.


내가 겪어온 늦은 시작과 수많은 망설임,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게 바로 나라는 그림의 색이었다.


남들과 비교하느라 흐려졌던 나만의 색을 다시 본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3 - 내가 싫어했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