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내가 싫어했던 그림

by 락부락부

오랫동안 나 자신을 싫어했다.


학업은 늘 뒤처졌고, 거울 속 나는 작고 왜소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았고, 스스로도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웃는 얼굴마저도 어색하게 느껴졌고, 사진을 찍는 일은 고문처럼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원래 이 모양이다'라는 생각에 익숙해졌다.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은 학창 시절을 통틀어 가장 익숙했던 감정이었고, 그 감정에 스스로를 순응시켰다.


‘어차피 안 될 거야’, ‘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그런 말들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었고, 때론 남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안에서 먼저 들려왔다.


그래서 더 방어적으로 굴었다. 자존감은 낮았지만 자존심은 셌다.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웠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선을 긋는 사람이 되었다.


“나한테 기대하지 마”,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먼저 그렇게 말함으로써, 혹시라도 받을 수 있는 실망이나 거절을 막고 싶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할 때마다 늘 마음속에서 ‘너는 안 될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아주 익숙해서, 때로는 나인지, 남들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나도 인정받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고, 누군가의 기대가 부담이 아니라 희망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지만 그런 나를 꺼내보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더 나를 미워했다.


속으로는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고, 결국 누구에게도 내 진심을 보여주지 못한 채 혼자가 되곤 했다.


스스로 만든 껍질 속에 숨어 살았던 그 시절의 나는 사실은 너무나 아팠고, 외로웠고, 두려웠다.


어쩌면 내가 나를 가장 미워했던 시절은 동시에 내가 가장 인정받고 싶어 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감정이 충돌하면서 나는 스스로를 더 몰아세웠고 스스로에게조차 자비롭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참 어린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이 무서워서 더 센 척했고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더 차가운 얼굴을 했으며 마음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이제는 그 시절의 나를 조금씩 다시 떠올려본다. 가끔은 꿈에 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문득 스쳐 지나가는 기억 하나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 아이는 분명 어리석었고, 서툴렀지만 그만큼 간절했고 치열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나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여전히 부끄럽고, 여전히 눈을 마주치기 힘든 그림이다.


하지만 조금씩 내가 싫어했던 그 그림의 색을 다시 덧칠해 본다.


언젠가 그 그림을 비로소 내 마음 안에 걸어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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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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