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신혼집 구하기 (2)
매일 마다 부동산 어플을 뒤져가며 우리에게 알맞은 집과, 지역을 찾는데 여념이 없던 나와 다르게 남편은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나는 그 모습에 토라지기도 했다. '신혼집 구할 생각이 없는 건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곧 남편의 태도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호주에서 집을 구할 때 필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높은 렌트비를 계약 기간 동안 잘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통장잔고와 직업, 그리고 지난날의 렌트 히스토리(렌트한 이력)로 답해야 했다. 어느 정도 기준을 충족시켰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같은 집을 어플라이 한 다른 지원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집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남편은 호주에 살면서 많은 것들은 듣고 경험했기 때문에 아직 학생이던 자신에게 집을 내어주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기에 해맑게 집을 찾던 나와 다른 모드였다.
남편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집들은,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생각하는 곳이었다. 그 말은 곧 모두가 경쟁자고, 우리가 어플라이하는 족족 연락이 없었다. 그 말은 우리는 부동산에게, 또 집주인에게 선택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남편은 점점 걱정했지만 나는 괜찮았다. 시드니의 다양한 집들을 구경하는 일이 나름 재미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도 점점 지쳐갔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집 구경' 여정을 떠나는 일이 힘겨워졌고, '정말 집을 못 구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 투어를 다닌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남편의 의기소침은 나를 향한 미안함으로 바뀌어있었고, 그런 남편의 모습에 속상해졌다. 그러다 사촌 새언니(사촌오빠의 아내)를 만나러 새언니가 살고 있는 동네를 찾았다. 조금은 거리가 있지만 새언니는 생각보다 살기 좋다며, 이 쪽 동네를 알아보라고 해줬다. 집으로 돌아와 그 지역을 찾아보았고, 그 주 토요일, 총 10개가 넘는 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지역에 총 4곳의 집에 어플라이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로 말이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고, 어플라이가 승인 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나! 지금까지 우리가 작성했던 십여 개의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승인이 난 것이다. 남편은 한 달 묵은 체증이 내려가기라도 하듯이 얼굴에 화색이 폈고, 나도 덩달이 기뻤다. 그리고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다른 곳에서도 승인이 난 것이다. 심지어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첫 번째 전화가 온 곳은 방 하나, 욕실, 거실과 차고가 있는 작은 유닛이었다. 쇼핑센터와는 걸어서 5분이고, 창문과 발코니로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던 따뜻한 곳이었다. 우리가 동시에 '여기다' 싶었던 곳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집이라 그런지 찾아온 사람들도 얼마 없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전화가 온 곳은 쇼핑센터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깨끗하고 저렴했지만, 방이 없는 스튜디오 형식의 집이었고(원룸)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좁고, 어딘지 모르게 '집' 같지 않았던 곳이라 조금 아쉬운 곳이었지만, 그래도 살 수 있다면 괜찮겠다 싶었던 곳이었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부동산 에이젼트는 우리가 승인된 이유에 대해서 말해줬다. 우리가 '한국인'이어서 집주인이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깨끗하게 집을 쓰기로 유명하다나 뭐라나.
우리는 고민 없이 첫 번째 집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그 집은 2년째 우리의 집이 되어 주고있다.
글/그림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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