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Seven(7)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Himachal Pradesh), 다람살라(Daramshala)
“Namaste bahi? I need to talk to the authorities because it's my seventh day today which I am supposed to be released on.”(저기요? 나마스떼? 책임자 좀 불러주세요. 왜냐면 오늘은 제가 출소하는 날입니다.)
“If you don’t know about my release planned for today, there must be someone who does. So stop saying ‘I don’t know’ but get your fat fucking ass move and find the one who’s better and smarter than you, moron!”(오늘로 예정된 나의 출소계획에 대해 좆도 모르는 너 말고, 그걸 아는 다른 사람이 있을 거 아냐? 그러니까 씨발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너의 그 존나 둔한 엉덩이 좀 움직여! 그리고 너보다 더 낫고 똑똑한 놈 좀 찾아오라고! 이 병신 같은 새끼야!)
“Sir? It is my seventh day today. What time are you going to get me out of here?”(저기요? 교도관님? 오늘이 저의 일곱 번째 날입니다. 혹시 몇 시 즈음에 나갈 수 있을까요?)
“I have been in custody for 7 days for such a minor offence which is overstaying a motherfucking visa only. However, thank God. I’ve got to be freed today according to the information given by an officer from the police station. Yeh! today!”(그 좆같은 비자 좀 무시했다고 아직도 7일째 여기 이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경찰서에서 얘기해 준 바에 의하면 오늘 드디어 이곳에서 벗어납니다. 바로 오늘입니다!)
“Are you sure you are not making a mistake? I am not going to be generous on your stupidity if it’d cause me to stay in this filth even 1 more fucking minute! understood?”(너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확실해? 만약에 멍청한 너 때문에 내가 이 똥통에서 단 1분이라도 더 있게 되면 너 씨발 정말 가만히 안 둔다. 알겠어?)
“Sir! sir? please please help me to get out of here right away, right now. I’ve been here for 7 too many days. I can’t stay any longer than that. Yes, I am sure it’s today. I am scheduled to be set free on the seventh day. I will kill myself if otherwise. See if I'm only blurting.”(형님? 저기요? 선생님? 제발요. 제발 저 지금 바로 좀 내보내 주세요. 벌써 이곳에서 7일째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못 있겠어요. 만약에? 만약에! 오늘 못 나가면 저 여기서 자살합니다. 보세요. 과연 그냥 허풍인지 아닌지.)
“I am so sorry. I admit all my faults. I’ve been so bad. I will repent full-heartedly the whole of my life. So please please sir, let me go home. Please sir, please. I must go home. please sir mercy sir. Please, please, please…”(잘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과오입니다. 그동안 전 너무 나쁜 인간으로 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평생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요. 제발 저 집에 보내주세요. 제발요. 네? 선생님? 저 집에 가야 합니다. 제발요. 용서해 주세요. 제발…)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것이 7일 전의 일이다. 그리고 오늘의 두 번째 짜이를 마신 것이 2 시간 정도 전이었으니 현재 시각은 세 시 반에서 네 시 사이일 것이다. 마침내 이곳에서의 일곱 번째 날이 찾아왔고 어느새 반나절이나 지나고 있는데 기다리던 나의 석방 소식을 전해 줄 ‘그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평 반 남짓한 나의 독방과 내가 볼 수 없는 그 바깥 주변은 오늘 유난히 더 고요하고 평화롭다. 지금 내 마음은 안절부절, 이곳 교도소로 호송되던 첫날부터 기다리기 시작한 오늘이 먼저 지나가 버린 여섯 날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그뿐, 설령 오늘 이렇게 끝까지 정말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내가 저항할 방법은 없다.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내일이면 이곳에서의 일곱 번째 날을 맞이한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과 흥분 그리고 의심이 섞인 주체할 수 없는 초조함 덕분에 지난밤 내내 뒤척이다가 아주 늦게서야 잠든 나는 오늘 아침 기상과 동시에 도착한 짜이를 뜨거운 줄도 모른 채 단숨에 들이켠 후 다시 모포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한참을 더 잤다. 어쩌면 난, 나도 모르게 드디어 맞이하는 일곱 번째 날인 오늘만큼은 기상부터 뭔가 분명히 다를 것이라 기대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눈도 뜨기 전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해 버린 아침 짜이에, 그렇게 똑같이 시작되는 하루에 실망해 버린 것이다. 지난밤 부족한 잠으로 쌓인 피로 덕분에 행복했던 꿈 속으로 곧바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머무는 것이 좋았고 덕분에 당장 날 기다리고 있던 실망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했다. 이곳에서 일곱 번째의 날을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나 말고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듯,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아침 식사도 정확히 제시간에 이 방 철장문 앞에 도착했다. 그제야, 걷어차면 먼지 풀풀 풍기는 모포 밖으로 나온 나는 너무나 상쾌하고 그 상쾌함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불쾌한 이른 아침 교도소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 시간 철장문 사이로 느낄 수 있는 어느덧 약해진 햇살은 이곳 교도소 전체에서 오늘 하루 일어났어야 할 모든 공식업무는 이미 다 일어났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지금 즈음이라면 일주일 전 다람살라 경찰서 프리양카의 부하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가 결국 옳지 않았음을 비로소 인정하고 오늘 중 석방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져버려야 하는 시간이다. 그가 준 정보는 비록 헛되었지만 나에게는 어쨌든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지난 6일을 버티는데 힘이 되어 준 것이 사실이고, 결국 이렇게 실망해서 많이 아프지만 그 지위 낮고 힘없는 경찰에게 악의가 전혀 없었던 것을 기억하기에 지금은 얼굴조차 잘 기억 못 하는 그를, 그리고 사실은 그 누구도 난 원망할 필요조차 없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했던 지난 6일, 그동안 품었던 자유에 대한 희망과 기대 그리고 그에 대한 불확실성과 의심이 불러온 초조함, 그 감정들 사이에서 함께 존재했던 흥분감 등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의 나는 사실 대단히 실망스럽지도 죽도록 슬프지도 않다. 이는 나로서는 당장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재소자 독방 체험 효과에 대한 정신과학 분야의 계산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자면 평생을 남미의 깊은 정글에서만 살아온 침팬지가 인간에게 포획되어 비좁은 우리 속에 갇히게 된 첫날의 공포와 분노, 슬픔과 절망 등을 잊고서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동물원 안에서의 삶을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 평 반의 공간에서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갇혀 지내게 되는 동안 하루 두 번의 짜이와 두 끼의 쓰레기 같은 식사, 꼭지가 떨어져 나간 수도꼭지, 거기서 간신히 새어 나오는 더럽고 빨간 물이 허락된다면, 어쩌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이처럼, 처음에는 단 하루를 사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던 새롭고 끔찍한 환경에 길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미 정글에서 포획되어 동물원에 갇힌 침팬지가 첫날의 공포와 분노, 슬픔과 절망 등을 끝끝내 잊지 못하여 결국 미쳐버리거나 자신을 죽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꿋꿋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침팬지에게는 생각하는 능력 따위는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인 나와 동물인 침팬지는 다르다. 신이 인간에게만 허락했다는 그 생각하는 능력이란 특히 이곳 교도소에서는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에 신이 인간에게 진정 자비로운 존재라면, 그가 인류를 진정 사랑한다면,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멈추거나 쉬고 싶을 때 자유롭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허락해야 했을 것이다.
이미 이곳에서의 일곱 날을 살아 낸 오늘이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인도 정부가 내어 준 비자의 유효 기간을 무시하고 11년간 불법으로 체류하며 그들의 허가 없이 수익을 창출하고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가게까지 운영한 나에 대한 죗값은 과연 무엇일까? 경찰과 법원은 나한테서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걸까? 우체국에서도 소포 하나 부치려면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이 나라에서 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강제 출국 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거의 모든 일이 컴퓨터로 처리되고 4G의 인터넷이 있는 2020년의 인도에서 코로나가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라도 되는 듯 코로나 때문에 내 사건의 진행이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프리양카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암시하려고 했던 걸까? 핸드폰도 없고 구글(Google)도 없고 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내가 스스로 품은 수많은 의심과 질문에 대한 답을 이 방에서 찾기란 불가능하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한 평 반의 독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모든 신규 재소자들에게 기본 14일의 독방 자가격리가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에게 남은 이곳에서의 시간은 이제 또 다른 7일뿐이다. 이곳에서 앞으로 어떤 형태의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사실은 오늘로써 이 독방에서 내가 있어야 하는 전체 시간 중 절반이 지났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7일 후 이곳을 벗어난 이후의 시간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지금보다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부터 품어야 할 새로운 희망인 것이다. 동물원에 갇힌 침팬지와 인간이 다른 점은 인간의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며 방금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의 엄마를 욕하고 식판을 바닥에 내던져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어딘가에 가래침을 뱉은 왼쪽 방의 강간범과 내가 다른 점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능력의 차이일 것이다. 쉿! 이 방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오늘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에 내가 가졌던 희망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었나 보다. 하지만 그 발소리는 내 옆 방에서 멈춰 섰다. 지난 6일과 오늘까지 품었던 희망은 그 소리와 함께 깨끗이 사라진 느낌이다. “벤껠로레! 좁!”(닥쳐! 이 개새끼야!) 왼쪽 방의 강간범만큼이나 흥분하고 화난 듯한 그 교도관이 그에게 소리쳤다. “마다초드 Make another damn sound and I will kick your fucking ass. 벤초드”(한번만 더 찍소리 내봐 씨발놈아! 죽을 줄 알아라.) 그러자 한참을 미친 척하던 왼쪽 방의 성범죄자가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I am so sorry. All is my fault. I’ve been bad. I will repent full-heartedly for life. So please please sir, let me go home. Please sir, please. I must go home. My kids are hungry. Please sir mercy sir. Please, please, please…”(정말 잘못했습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나빴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평생 반성하며 살 것입니다. 집에 좀 보내주세요. 제발요. 제발 저 집에 가야 합니다. 제 아이들이 굶고 있다고요. 자비 좀 보여주세요. 제발요.)
또각또각또각또각... 교도관의 부츠 소리가 멀어지자 담장 너머 멀리서 오늘 하루의 끝을 알리는 새들의 희미한 지저귐이 들려온다. 나의 일곱 번째 날, 오늘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