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몬순

제23장 Cream(크림)

by 만달

2008년 4월

인도, 히마찰프라데시(Himachal Pradesh), 파바티 계곡(Parvati Valley)



절박할 정도로 가난하고, 가난하니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걱정에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다. 젊고 경험이 부족하니 무지하고 그 무지함에 눈이 멀어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니 경솔하다. 그리고 경솔함은 곧 오만함이다. 절박함, 가난함, 초조함, 불안함, 무경험, 무지와 무식, 경솔함, 오만함 이 모든 요소가 적정한 비율로 혼합되고 특정한 시간 동안 숙성하여, 곰팡이처럼 썩어서 탄생하는 것은 또 한 명의 인생 낙오자이다.


"Hashish checked, acid checked, mushrooms and Psy-trance checked. Do we need anything more than that?"(하시시, LSD, 버섯 그리고 싸이트랜스(음악 장르) 모두 확인. 그 외에 더 필요한 거 있어?” 키 195Cm, 포르투갈 친구 호아킴이 우리 모두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었는지 확인을 원했다. "If any, it should be the good Goan vibe. Other than that no, nothing much. Hon? What do you say about it?"(만약에 있다면, 꽤 괜찮은 고아의 분위기? 그거 말고는 없음! 자기야? 어떻게 생각해?) 항상 조용하고 겸손한 영국인 에릭은 방금 들이마신 칠럼 파이프의 연기를 뱃속 깊이 가둔 채 느릿느릿 그렇게 말하며 그의 남자친구 할리를 바라봤다.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문신과 피어싱으로 뒤덮인 할리는 Drum and Bass(음악 장르; 드럼 앤 베이스) DJ이다. "As long as there are music and a party, No shower, no toilet, no problem! Agreed for sure. We are heading at Kasol!"(음악 하고 파티가 있는 한 샤워를 못해도 화장실이 없어도 난 아무런 문제가 없다네! 유후~ 우리는 이제 카솔로 간다네! 유후~) 고아에서의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즐긴 마약과 파티로 더 여위어버린 그가 맞장구쳤다. "No question, I'm in too. We shouldn't forget to arrange a dozen of fat joints to chill on the way along with the confirmed railway tickets though."(물어볼 필요가 있나? 없지! 나도 간다! 기차표와 함께 묵직한 조인트들도 좀 미리 준비하는 것 잊지 말기!) 에릭이 건넨 칠럼 파이프 속의 내용물을 살피며 "A last puff!"(마지막 한 모금!)을 외친 후 하늘을 향해 칠럼 파이프를 수직으로 세운 뒤 파이프의 아랫부분을 감싼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훅~ 들이마시며 힘 있게 마지막 남은 하시시와 담배의 혼합물을 완전히 연소시켰다. "Boom! Shankar aka Boom!"(붐! 샹카라카 붐!) "The Himalaya! How bloody awesome!"(히말라야라니, 너무너무 멋지잖아!) 칠럼 한 모금에 또다시 돌이 되어버린 에릭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아이처럼 환호했고, "Katam!"(끝!) 물에 젖은 사피(헝겊)와 여전히 식지 않은 스톤(필터)을 분리해 내며 난 이번 칠럼파이프도 만족스럽게 비워졌음을 모두에게 선언했다.

2008년, 그해 4월의 고아는 정말 더웠다. 게스트하우스 정원, 대나무 테이블에 놓여있던 수박 접시는 비워져 있었고, 흔들흔들 해목에서 뒹굴던 할리, 한 손에 들고 있던 코코넛에 꽂힌 빨대를 한 번 더 힘껏 빨아보지만 ‘쪼로록~’ 그 안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있었다. "Katam!"(끝!) 가벼워진 코코넛 껍질을 흔들어 보이며 그도 그렇게 중얼거렸다. 못마땅한 듯 삐죽 혀를 내밀자 그 한가운데에 박힌 쇠 구슬이 햇살에 반짝인다.


'Stretched along the lovely Parvati River with forested mountains rising all around, Kasol is the main traveller hub in the valley. Although nominally it's divided into Old (west) and New (east) sections by the central bridge, it's really just one small village, almost overrun with chillum-shops, trinket-sellers and ever-expanding guesthouses. In summertime, trance parties are transplanted to the Kasol area from Goa.' (파바티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고 사방이 숲으로 뒤덮인 산들로 둘러싸인 카솔(Kasol)은 이 계곡의 주요 여행자 거점이다. 비록 중앙 다리를 기준으로 서쪽의 '올드 카솔'과 동쪽의 '뉴 카솔'로 명목상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칠럼(하시시 파이프) 상점과 장신구 노점, 그리고 계속 확장 중인 게스트하우스들로 가득 찬 하나의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여름철에는 고아(Goa)에서 열리던 트랜스 파티들이 이곳 카솔 지역으로 옮겨와 열리기도 한다.)


론리플라넷 인도 편에서 소개하는 것과 같이 카솔은 파바티계곡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줄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며 파바티계곡은 전 세계에서 최고 품질의 수제 하시시(차라스)를 생산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조(Creation)의 신 브라마(Brhama) 유지(upkeep)의 신 비쉬누(Vishinu)와 함께 힌두의 3대 신 중 하나인 시바(Shiva)는 파괴(Destruction)의 신이다. 그는 ‘끊임없는 인간 세상의 재창조’를 위해 이 세상의 완벽하지 못한 것들이나 환상들을 깨부수는 역할을 한다. 거칠고 잔인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그의 옆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Parvati(파바티)는 시바의 아내이다. 천상의 시바는 항상 대마초를 즐겼고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던 파바티는 어느 날 시바 몰래 천상의 모든 대마와 씨앗을 인류가 사는 이곳 지상 세계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녀가 버린 그것들이 떨어진 곳이 바로 파바티계곡(Parvati Valley)이라고 한다.


열차로 이동한 고아의 마드가온(Madgaon)에서 뉴델리 그리고 버스로 이동한 뉴델리에서 히마찰프라데시주의 Bunter(분터)까지는 전체 약 3일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분터에서 올라탄 로컬버스로 약 3시간만 더 가면 드디어 목적지인 Kasol(카솔)에 도착한다. 매일 오후 5시면 깊은 산골짜기로 향하는 모든 버스가 운행 종료되기에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운이 좋았다. 단, 버스는 이미 만석이어서 실내에는 우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Super lucky. Otherwise, we could waste a night in nowhere."(오, 운 좋아! 이거 놓쳤으면 우리 하루 엉뚱한 곳에서 낭비할 뻔했잖아.) 신나서 얼굴이 벌게진 호아킴이 제일 먼저 버스 지붕 위에 올랐고 뒤이어 오르는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Yeh, I only wish luck stays with us all the way along. By the way, I’m not sure it is really OK to sit on the top of a Himalayan valley cruiser which is a 30yr-old-Indian-made bus."(응, 난 그저 이 행운이 끝까지 우리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30년 전 인도산 버스인 이 ‘히말라야 계곡 크루저’ 지붕 위에 타고 가는 거 정말 괜찮을까? 아, 난 모르겠다.) 내가 투덜댔다. "Don't even mention it brother. It will kill us all if anything happens."(친구야, 그런 말 좀 하지 말아 줄래? 만약 어떤 일이라도 생기면 우린 그냥 다 죽은 목숨인거지.) "Absolutely! What's the use of the fucking insurance pigs' money by the way, when you are already dead?"(그렇지! 이미 죽은 다음에 보험회사 돼지새끼들이 주는 푼돈은 뭐가 소용 있겠어?) 지붕으로 오르는 사다리가 매달린 버스 뒤쪽에서 먼저 올라와 있는 우리 쪽을 올려다보며 마치 모든 것이 각오되었다는 듯 에릭과 할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특히, 할리는 팔짱을 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억지로 쿨한 척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기 전, 목에 걸린 총 여섯 개의 목걸이 중 큐빅이 촘촘히 박힌 십자가를 찾아 두어 번 키스하고 같은 입술로 오물거리며 기도하는 것을 본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Bloody hell, I'm truly concerned now."(젠장, 진짜 걱정되네.) 지붕 위 위태로워 보이는 쇠 난간을 꼭 부여잡고 있는 한 무리의 다른 승객들을 본 에릭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버스가 출발했다.


"Darling, my God"(자기야? 오, 신이시여.) 뒤뚱뒤뚱 버스가 흔들거리자 할리가 에릭의 팔을 꼭 부여잡았다. 작지만 번잡한 분터(Bunter)의 터미널을 벗어난 버스는 곧 꼬불꼬불한 언덕길 위로 덜컹덜컹 내달리기 시작했다. 잔뜩 상기된 우리와는 달리 버스 위 원주민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여유롭다. 시원한 계곡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달리다가 가끔 정거하는 작은 정류장 앞, 짜이가게 아저씨는 주전자에 가득한 뜨거운 짜이를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서 능숙하게 버스지붕 위까지 전달한다. 이 산골마을의 주민들은 서로의 얼굴과 이름뿐 아니라 서로의 가족 관계 그리고 어쩌면 서로 기르는 소들과 염소들의 숫자까지 모두 잘 아는 사이인 듯하다. 날씨와 세월에 지쳐서 다소 거칠어진 모습들이지만, 또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이 보여주는 환한 웃음은 버스 지붕 위에서 마시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짜이보다도 더 달콤했다. "Hey hon? What's this stink stinging my nostrils?"(자기야? 강하게 내 코를 자극하는 이 냄새 뭐야?) 에릭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묻자 "I reckon it be nothing but ganja, darling."(응, 별거 아니고 그냥 대마초 냄새 아니겠어? 자기야.) 할리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는 듯 대꾸했다. "Yeh, I've noticed it too. And no doubt, it's what we think it is. Look at the roadside, mates."(응 나한테도 냄새가 온다! 음 틀림없네 대마초 냄새. 얘들아 다들 봐봐!) 호아킴의 말대로, 수백 미터 떨어진 건너편의 절벽, 또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이어주는 케이블에 달린 바구니, 또는 삐걱대며 천천히 천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구니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한 마리의 새끼 돼지 그리고 같은 공간이지만 그곳이 그들의 발코니라도 되는 듯 느긋한 두 마리의 염소 또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거대한 굉음을 내며 거침없이 흐르는 강물 등을 쳐다보기를 잠시 멈추고 대신 우리가 올라탄 버스가 달리고 있는 포장이 되지 않은 좁은 도로변에 시선을 옮겼다. "No shit. What the hell? Weed? Are they all fucking weed? Holy good Jesus! no, holy good Shiva!"(와, 장난 아니네. 대마초? 저것들이 정말 다 대마초? 오 주여 아니, 오 나의 시바!) 그렇게 부족함 없이 전 세계를 뒤덮을 수도 있을 만큼 많은 야생 대마초를 본 것은 그날, 그 달리는 버스 지붕 위에서 처음이었다. 우리는 모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계곡 바람 속에 섞여서 기분 좋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긋한 대마 냄새에 취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상 한쪽에 그와 같은 곳이 실존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카솔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Boom!"(붐!) 어느새, 진흙으로 빚어 만든 짧은 오렌지색 바바 칠럼이 달리는 버스의 지붕 위 사이좋게 촘촘히 앉아있던 승객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곧 나에게 쥐어진 칠럼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두 손을 한데 모았고 이마에 살짝 갖다 댔다. 그리고 "Boom! Shiva!"(붐! 시바!) 힘껏 외쳤다. "Boom! Shanka!"(붐! 샹카!) "Boom! Bolenath!"(붐! 볼레낫!)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이가 누렇고 눈이 빨갛고, 파바티계곡이라는 천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버스 지붕 위의 원주민들은 모두 신나서 그렇게 시바신의 여러 다른 이름들을 외쳐댔다.


하시시의 본격적인 수확 시즌은 매년 9월과 10월이다. 몬순의 풍부한 비를 머금은 대마는 9월 중 몬순이 끝나고 얼굴 내민 태양의 뜨거운 열기와 가을의 건조한 대기의 작용으로, 포도나 사과 등을 비롯한 많은 과일이나 곡식이 그러하듯 비로소 최상의 상태로 익는 것이다. 바로 이즈음이 파바티계곡이 가장 바쁜 시기이며 일 년 중 대부분의 하시시가 생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집 앞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대마밭에서는 백 세의 노인과 일곱 살의 어린아이가 함께 무성한 대마잎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손에 묻어 나오는 끈적한 기름 덩어리들을 깨끗하고 하얀 천 위에 떨어낸다. 그렇게 떨어낸 기름 덩어리들 이외 다른 어떤 물질도 첨가하지 않은 것이 파바티계곡의 차라스(Charas)이다. 한편, 그들의 건장한 아들들 또는 아버지들은 더욱더 깊은 산골짜기에 숨은 대마밭을 찾아 들어가 며칠씩 그곳에서 머물며 최고 상태의 차라스를 가능한 가장 많이 수확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다할 것이다. 어떤 며느리들은 남편들을 돕기 위해 그들을 따라나서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인과 어린 자식들만 남은 집에서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거나 나머지 집안일을 하며 그들 모두를 위하여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일을 분담한다. 파바티계곡의 수많은 원주민은 이 시기에 수확한 차라스만을 판매한 금액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누린다. 하지만 인도에서도 차라스나 대마초는 마약류에 속하기 때문에 대마의 재배부터 생산 그리고 유통과 판매 모든 것은 불법이며 이를 위반하여 구속될 경우 그에 대한 처벌은 관대하지 않다. 단, 이윤 창출을 위한 상업적 목적이 아닌 약 200g 이하의 소지와 그에 대한 사용은 구속의 대상이 아니다.


Regular Green, Cream, Super Cream.(보통 품질, 크림, 슈퍼크림.) 하시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봄, 여름 그리고 몬순의 숙성기간을 지나고 수확 시기가 시작되어 최초로 수확된 차라스를 Cream이라고 한다. ‘크림’,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상온 이상의 조건에서는 고체보다는 액체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게 되어 아무리 단단하게 모양을 잡으려고 하더라도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형이 생긴다. 그렇게 변형된 대마의 기름 덩어리 형태는 일반적으로 납작한 디스크(disk) 형태를 띤다. 이미 Cream이 수확된 이후에도 잘 보존된 대마는 계속해서 기름을 생성해 내는데 수확철인 9월과 10월 사이에는 대마 한그루에서 약 2주에 한 번씩 또는 전체 수확 시기에 서너 번 이상 추가적인 기름의 수확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가로 생산된 차라스를 Regular Green(일반 품질)이라고 한다. 크림보다 그 가격이 절반 이상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골프공 모양의 구형 또는 떡볶이 떡의 모양을 한 원통 막대기의 형태로 거래된다. 표면은 짙은 갈색을 띠지만 알맞게 건조된 순수한 하시시의 내부는 짙은 녹색이다. 상온에서도 고체보다는 액체에 가까운 형태를 지니는 크림 중의 크림을 Super Cream이라고 하며 많은 경우 작은 유리병 단위로 거래된다. 크림이나 레귤러그린 등의 경우처럼 담뱃가루와 하시시의 작은 조각들을 섞어서 말아 피우는 것이 어려우므로 대신 담배의 겉면에 소량을 묻혀 적신 후 일반 담배처럼 사용한다. 모두 같은 식물에서 추출된 물질이지만 이 세 가지 다른 등급이 주는 효과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슈퍼크림이 묻은 담배의 한 모금만으로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인간, 동물 그리고 모든 사물의 내면을 관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평소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듯하지만 또한 이미 ‘익숙한 나’를 탐험하고 연구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즐거움을 주는 Super Cream은 일 년 중 극소량만 생산할 수 있으므로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과 절대 운이 필수이다. 호아킴, 에릭, 할리 그리고 나 우리 모두 Super Cream을 갖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솔은 우리의 ‘절대 운’을 시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거대한 파바티계곡의 수많은 정상 중, 어느 한 곳에 무사히 오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말로만 듣던 Super Cream을 우리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I know where and how to go."(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잘 알지.) 마치 탑처럼 쌓아 올린 그의 드레드락은 아무리 단단하게 고정해도 곧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흘러내렸다. 자신을 자두(마법사)라고 소개한 그 바바 할아버지는 또다시 흘러내린 그의 회색빛 드레드락을 다시 머리 위로 쌓아 올리기 위해 양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 있다. 그 사이, 대신 흘러내린 건 그가 두르고 있던 오렌지색의 천 조각 같은 옷이다. 축 늘어진 젖가슴의 한쪽이 노출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옷은 원래 그렇게 입는 것 같기도 하다. 젖꼭지가 유난히 크고 새카맣다. "Take us there. What can we do for you to do so?"(우리 좀 안내해 줘요.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됩니까?) 그의 젖꼭지에서 재빨리 시선을 올리자 커다랗고 선한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쩌면 그는 그가 세상에 보여주는 그의 모습보다 훨씬 젊을 수도 있었다. 그의 실제 나이가 궁금했다. 80? 어쩌면 30? 내가 예상할 수 있었던 그의 나이는 30세와 80세 그 사이였다. "Chai and maybe roti? as you like. hahaha… "(짜이 그리고 괜찮으면 식사도? 하하 원하시는 대로! 하하하… ) 차와 식사, 그는 그가 원하는 전부를 쑥스러운 듯 말했다. "Plus the sick shade in your hand. A deal? baba?"(덤으로 그 끝내주는 선글라스까지 드린다면, 거래성사? 어떠세요? 바바?) 할리의 초록색 선글라스가 마음에 드는 듯 자두 바바는 이미 한참 동안 그것을 손에 든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Absolutely, Superb! Green on Orange, they suit you perfectly."(그렇지! 오렌지와 녹색의 조합은 옳지!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호아킴이 환호했고 "How! bloody! lovely!"(오 정말 너무 사랑스럽네요.) 웃음기 전혀 없는 얼굴을 하고 선글라스의 실제 주인인 할리가 그렇게 맞장구쳤다. "Acha, tiko!"(좋아!) 완벽하고 하얀 치아를 내보이며 만족한 듯 바바가 활짝 웃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이른 아침, 콸콸콸 힘차게 흐르는 계곡가의 음악이 없는 이탈리안 식당 발코니에서 브루셰타, 카푸치노, 팬케이크, ABC주스, 밀크포리지, 해쉬브라운, 감자칩, 감자파라타, 마살라도사 그리고 스페니쉬오믈렛과 함께 즉석 회의를 마친 우리는 식당을 나서자마자 Jari(자리)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바바의 말대로라면 자리에서 시작되는 트랙을 따라서 약 다섯 시간만 오르면 Super Cream이 있는 마을 Malana(말라나)에 도착할 것이었다. Super Cream 보다 한 단계 더 특별하게 취급되는 등급의 차라스가 존재했으니 그들은 그것을 Malana Cream(말라나크림)이라고 불렀다.


"Do not touch anyone nor anything in the village. Or you will be in trouble."(일단 마을에 들어서면 그곳의 아무도 아무것도 만지면 안 돼. 그랬다간 문제가 될 수 있어.) 말라나로 이어지는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바바는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경고했다. 자신들을 수천 년 전 인도대륙을 침략한 고대 그리스 알렉산더 군대의 후손들이라고 믿는 말라나의 원주민은 그들만의 독립된 정부와 사법권을 행사하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고 티벳어에서 파생되었다고 믿어지는 언어인 Kanash(카나시)를 사용한다. 어떤 학자들은 그곳에서 전 세계 최초의 민주주의가 탄생했다고 주장하며 그곳의 원주민들은 그들 이외의 다른 인류는 절대적으로 미개한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외부인이 그들 또는 그들의 소유물에 접근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행여나 우연이라도 외부인과의 신체 접촉이 발생했을 경우 그 원주민은 즉시 온몸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만 할 것이며, 그 대상이 물건인 경우에는 폐기될 수도 있다. 한편, 그들의 신체 또는 소유물에 접촉하여 오염(?)시킨 해당 외부인은 벌금 또는 그 이상의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말라나를 방문하는 모든 외부인은 자동으로 그들이 정한 질서와 규칙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러한 말라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일간의 위험한 등반이 필요했지만 말라나 수력발전소와 동시에 개발된 도로 덕분에 그 여정이 평균 다섯 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곧 거대하고 못생긴 수력발전 시설이 우리 옆에 나타났고, 울창하던 숲에서 빠져나와 한 걸음 한 걸음 더 위로 올라갈수록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나무들의 키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키 큰 나무들이 제공하던 그늘이 사라지자 인도에서 가장 뜨겁다는 4월의 태양이 우리 머리 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활활 탔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까지 그 태양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섯 명의 남자들은 계속 걸었고, 약 3시간하고 30분이 지났다. "We are nearing the village. Look!"(조금만 더 가면 곧 마을이네, 저기를 좀 봐.) 바바가 가리키는 먼 언덕의 꼭대기에 희미하지만 건물인 듯한 시설물이 보였다. "Is that it? How far is it from here?"(저기? 여기서 얼마나 더 걸리는데?) 1리터 생수병을 수직으로 세워 입에다 꽂고 힘껏 짜보지만 싸구려 플라스틱이 찌그러지는 요란한 소리만 낼뿐 페트병은 이미 말라 있었다. "God, please merci!"(신이시여, 제발 우리를 가엾게 여기소서!) 할리가 반쯤 우는 소리를 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남자친구 할리에게 생수병을 양보한 에릭이 그 모습을 보고 잠깐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How long would it take from now?"(지금부터 얼마나 더 가야 할까요?) 마른침을 삼키며 호아킴이 바바에게 애원하듯 물었다. "One hour only."(한 시간.) 바바가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입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 "Only If you all can keep up with my speed!"(다들 내 속도에 맞추기만 한다면 말이지!) 그리고 그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렇게 두 시간을 더 걸었다. 마을과 가까워질수록 나무들의 키는 더 작아져만 갔고 등산로는 더 가팔라졌다. "It's not so strange that the way to the heaven is such narrow, huh?"(천국으로 가는 길은 원래 이렇듯 험한 거야. 안 그래?) 그리고 자두바바를 선두로 한 우리 모두는 결국 말라나의 첫 번째 집을 지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몰래 낯선 방문자들을 지켜보는 눈들은 콧물 줄줄 흐르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엄마 또는 누나 그리고 할머니의 것이다. 우리 발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은 까맣다. 쓰레기로 오염된 더러운 물이 아닌 마치 석탄처럼 까만 물이다.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영어로 아무렇게나 쓰인 간판이 있었다. ‘NO! Touch! No human! Nothing! Fine 1,000 rps. Indian Government’(만지지 마시오! 사람도! 사물도! 아무것도! 위반 시 벌금 1,000루피(약 14,000원) 인도정부.) 나무와 돌로 지어진 집들은 영원한 시간의 때가 쌓여 까맣다. 집과 집 사이에 흐르는 까만 개천을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우리 일행을 좇는 어린아이들이 있다. "No! touch! no! touch! no! touch!..."(만지지 마! 만지지 마! 만지면 안 돼!) 일부러 우리 가까이에 다가오며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두 그렇게 외쳐댔다. "No touch! no! no! no!”


"Bloody kids."(아 꼬맹이 자식들.) 지친 에릭이 이를 갈았다. "Yeh man. I'm not fond of kids either."(알아. 나도 애들 싫어.) 혹시 생수를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주위를 살피며 내가 말했다. 유난히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있던 그 작은 가게의 모습은 근처의 다른 일반 건물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Pani bottle? Mineral water?"(빠니보틀(생수) 찾아요? 광천수?) 건물 한가운데의 어둡고 작은 공간 속에 숨은 듯 앉아 있던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Ek(1) bottle das(10) rupeeya."(물 한 병에 10루피.) 하며 그가 땅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당장 무슨 쇼라도 벌어질 듯 어린아이들이 흥분하여 더 시끄럽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No touch! no touch! no! no!"(만지면 안 돼! 만지지 마! 안돼! 안돼!) 가게 주인에게 지폐를 건네며 "Panch(5) bottle bahiya. please."(다섯 병 주세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자두바바가 나섰다. "Put that money on the ground."(돈을 바닥에 올려.)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 잘 아는 듯한 아이들이 합창한다. "money, ground, money, ground, no touch no touch… "(돈은 바닥 위에 돈은 바닥 위에 만지면 안 돼 안되고 말고... ) 바바의 말대로 쭈뼛쭈뼛 지폐를 바닥에 올리자 아이들 중 하나가 재빨리 낚아채어 가게 주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대신 그에게서 받아 든 생수 다섯 병을 같은 바닥에 올려놓는다. "Thank you."(고맙습니다.) 가장 먼저 그중 한 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금 들이키고 이내 기분이 좋아진 호아킴은 같은 방법으로 수십 개의 사탕을 샀고 그것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어린아이들이 우리보다 먼저 우리가 가려는 곳으로 뛰어 올라간다.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고마워! 고마워! 고마워요… ) 노래를 부르며, 어느새 사탕의 수가 부족할 만큼 많아진 아이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신발도 신지 않고서 신나게 뛰어 올라갔다. "A hell of kids. A hell of bloody kids!"(아 애들이란. 아, 이놈의 꼬맹이들!) 체념한 듯 에릭이 중얼거렸지만 표정은 조금 전보다 훨씬 편안한 모습이다. 꼬불꼬불 들쑥날쑥 건물과 건물 사이 모든 가능한 빈 공간 위에 아무런 계획 없이 파 놓은 듯한 수로를 따라 졸졸 흐르는 까만 물 덕에 마을 전체가 하나의 그로테스크한 예술 작품 같다. 1 층에는 검은흙과 진득진득한 배설물 잔뜩 묻은 버팔로와 소들 그리고 닭들이 살고 2층은 온갖 잡동사니를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창고, 군데군데 여닫이 나무문이 달린 창이 있는 3층에는 얼굴이 쭈글쭈글한 여자들이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멍하니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의 집들은 그렇게 모두 한결같았다. 어떻게 보면 화난 듯 보이는 그들에게 "Namaste!"(나마스떼!) 호아킴이 손 흔들어 보였다. 머리가 노랗고 그들보다 최소 두 배 이상 키가 큰 포르투갈에서 온 그 낯선 거인에게 원주민들은 아무도 웃어주지 않았다. "하하하" 뻘쭘한 그를 향해 내가 대신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곧 그렇게 소리 내어 웃은 걸 후회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해발 3000미터, 하늘과 맞닿은 그 마을은 정말 끔찍하게도 못생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 " 우리를 비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곡에 반사되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하하하 하하 no! touch! no!”

어두워진 산을 내려오며 우리는 모두 각자의 주머니 속 묵직한 ‘말라나 슈퍼크림’을 조물락거렸다. 하늘과 멀지 않은 새까만 마을에서 구한 주머니 속 ‘행복’이 오래오래 간직되길 바랐다. 그래서 그 이상한 마을에 오래오래 두 번 다시 돌아갈 일이 없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