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몬순

제5장 클레어(Clair Yu)

by 만달

2020년 5월 8일

인도, 히마찰 프라데시주(Himachal Pradesh), 다람살라(Daramshala)



남성과 여성, 두 명의 티벳 사람들과 한 명의 인도 남성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경찰서 심문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How do you do Mr. Choi."(처음 뵙겠습니다.) 그들 셋 중 팀의 책임자인 듯한 중년의 티벳 남성은 과장된 친근함과 목소리로 나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다. "How do you do?"(처음 뵙겠습니다.) 나머지 두 명의 조사관들과는 간단한 눈인사만 나누었을 뿐이지만 그중 티벳 여성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 미팅을 참전하는 프리양카를 포함한 다섯 명 모두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그냥 느낌일 뿐이었다.


"We are from Central Bureau of Investigation, "(우리는 중앙수사국 소속입니다.) 중년 남성은 그렇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We are here to give you a few questions in doubt since you are found staying illegally in McLeod Ganj and its area for a respectively measurable period. So please be sincere and cooperative which will help you to get out of this unfavorable situation sooner as it gets."(당신은 비합법적으로 맥클레오드간지에서 상당한 기간을 지냈기 때문에 당신에게 해야 할 질문들이 여럿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따라서 진실되고 협조적인 태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최선일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 중년 남성이었지만,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하다. "Alright Sir, begin then."(알겠습니다. 시작하시죠.)


그들은 나의 인도에서의 12년 삶 모두를 알고 싶어 했다. 그 12년의 세월 동안 비슷한 질문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이미 모든 답변이 준비되어 있었던 셈이며 또한 거짓말을 하거나 꾸밀 의도가 전혀 없었기에 나의 진술에는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12년이란 세월에 대한 진술은 그만큼 짧지 않은 시간을 요구했다. 그들의 심문은 4시간 이상 진행되었고 그 시간 내내 나 역시 나의 이야기에 스스로 귀를 기울인다. 언젠가 죽어서 신 앞에 서게 된다면 이와 비슷한 증언을 하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심문을 이어갔다.


"By the way, haven't we met before? If yes, maybe it was in my shop, I reckon."(그런데 우리 만난 적 있죠? 그렇다면 아마 제 가게였을 거예요.) 휴식 중 제공된 짜이와 싸구려 과자를 먹는 도중 마스크를 벗게 된 티벳 여성에게 물었다. 그녀 얼굴의 3분의 1을 덮고 있는 회색의 반점을 마침내 알아본 나는 언젠가 그녀가 내 가게 더티론드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Yes, indeed we have met. And yet another yes it was in your shop."(네 맞아요. 그리고 당신 가게였던 것도요.) 그녀가 나의 질문을 예상하였다는 듯 주저 없이 대답한다. "It's a bit awkward but I was right."(약간 불편하지만 내가 맞았네요.) 수주 전 가게를 처음 방문한 그녀에게는 일반 고객들과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 뒷목이 쭈뼛해졌다. 그 배신감에 항의를 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지만 그러지 않았다. "Besides, I remember the talk was good between you and me. Wasn't it? Although I don't remember exactly what the talk was about, I'm pretty sure it wasn't about politics."(게다가, 그때 우리가 나눈 얘기들 좋았잖아요. 정확히 그 내용들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정치얘기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해요.)


심문이 진행됨에 따라 알 수 있었던 사실은 그들 심문의 가장 큰 목적은 다름 아닌 나와 중국 정부의 연관 가능성과 정치적 견해였다. 단순히 그들에게 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더라도 그들은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머릿속에는 의심이 심장에는 경력 있는 수사관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그 중년 남성은 스스로의 능력과 제14대 달라이라마를 보위하는 티벳탄 수사관의 권위를 옆의 부하들에게 몸소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힌디어로 그 옆에 앉은 프리양카와 가벼운 농담이라도 하는 듯 가끔 플라스틱 냄새 물씬 풍기는 가짜 웃음소리까지 내며 딴청을 피우는 그였지만 내가 하는 말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그의 모든 육감을 열어놓은 것이 역력했다.


"Were you on a purpose?"(임무를 가지고 일부러 접근한 거였어요?) 아마도 그녀의 상관으로부터 나에 대한 사전조사를 명 받았기에 그대로 행동했었을 뿐인 그 티벳 CBI 요원을 향해 웃었고, 그녀의 상관과는 달리, 그녀에게 보인 나의 여유와 웃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haha, whatever."(하하, 뭐 상관없죠.) 그러자 표정에 긴장감이 사라진 그녀 역시 나를 향해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날 가게에서의 그녀는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었고 그 느낌은 심문 중에도 같았다. "I will try to help you going home if it's what you want."(한국의 집으로 돌아가기 원하시는 거라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울게요.) 상관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그녀는 속삭였고, 난 그 티벳탄 요원의 말이 진심인 것을 알았다.

‘근데 내가 정말 그녀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만한 심각한 죄를 저지른 것일까?’


"Have you met the Dalai Lama? Where and when have you seen him?"(달라이라마 만난 적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였죠?) "Are you Buddhist?"(불교신자이신가요?) "What do you think about CCP?"(중국공산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Who is Lobsang Sangay?"(롭상 상게이가 누군지 아세요?) "Do you have any Tibetan friends? What about Chinese ones?"(친한 티벳탄 친구들이나 중국인 친구들 있습니까?) "Have you ever been to the teachings of His Holiness?"(달라이라마의 가르침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내가 티벳과 중국 공산당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한 질문들을 했고 그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계산된 노력을 했다.


"Why McLeod Ganj when you could have gone to any other places instead?"(왜 하필이면 맥클레오드간지죠? 다른 곳 얼마든지 있었잖아요?) 중년 티벳 남성 조사관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눈을 갸름하게 뜬 채 마지막 질문을 했다. "Because I found it the best place for my recycle project Dirty Laundry. In other words, McLeod Ganj was proved to be the best place for making money. I have been elsewhere over India and given tries and failures as I told you already."(그곳이 내 재활용 프로젝트 더티론드리를 위해서 최고의 장소니까요. 다른 말로, 맥클레오드간지가 돈 벌기에 가장 적합했죠. 하지만 인도의 다른 여러 곳에도 가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절대로 닮고 싶지 않은 그의 눈을 응시하면서 긴 시간의 지루한 심문을 끝내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답변을 이었다. "I am not an agent nor a terrorist."(난 스파이도 아니고 테러리스트도 아닙니다.) 물론 그 진실성에 관한 최종 판단은 그들의 몫이고 그들이 나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사실이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다고 취중 선언했던 3년 전 헤어진 중국인 여자 친구 Clair Yu(클래어 유)에 관한 얘기였다.


"CCP is not wrong to demand what is ours. There is no Tibet no Taiwan but one China."(중국공산당이 요구하는 것은 틀리지 않아. 티베트도 없고 타이완도 없어 하나의 중국만 있을 뿐이야.) 그렇게 주장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결의와 진지함이 짙게 배어 있었고, 난 공손히 그녀의 빈 잔을 채운다. 밤의 마지막 잔을 비운다. "Chin chin."


"Hey, communist, you drunk. Bedtime for a good girl. But a sad news, I'll have to chain and spank you for being drunk and naughty again. Agreed? Then go! And belly on the bed."(야! 공산주의자. 너 취했다. 잠잘 시간. 근데 슬픈 소식 하나. 또다시 취해서 꼬장 부리는 넌 좀 묶인 채 엉덩이 좀 맞아야겠다. 그렇지? 침대로 가서 엎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