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걸음(2)

익숙해지는 일

by 복순이

언제 한 번이라도 쉬운 적 있었나...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시작했다. 분위기를 주도하고자 인사를 하고 준비운동을 꺼냈다.

"손을 이렇게 탈탈 털어주세요."


"일어나서 해요! 일어나서!"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앉아서 하다가 서서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대꾸했다.

"교정기 했어!"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가 외쳤다.

"응, 교정기 했어."라고 짧게 맞장구쳤다.


일일이 대꾸하다간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면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손목을 돌리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이들이 따라 하든 말든 일단 분위기부터 조성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제 일어서서 해볼까요? 일어서서 허리도 같이 돌려볼까요? (허리를 돌리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반대쪽으로도"

"둘, 둘, 치킨 다섯 마리 공짜~"

이에 질세라 나도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를 따라 외쳤다.

"하나, 셋, 넷, 다섯 마리 공짜~ 됐다!"


"발 모아서 무릎도 해주자 (무릎을 돌리며) 하나, 둘, 셋, 넷, 반대쪽도"

"둘, 둘, 치킨 다섯 마리 공짜~"

그새 물든 건지 나도 재밌어서 따라 외쳤다.

"둘, 둘, 셋, 넷, 다섯 치킨 다섯 마리!"

벌써 지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생각하며 준비운동을 대충 마무리했다.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에게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박ㅈ... 그거 박지... 그거 한글 그거..."

아이의 대답에 별안간 다시 기운이 났다.

"한글, 맞아! 한글로 요가하는 거 배웠었죠?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를 보며) 근데 ㅇㅇ는 지난 시간에 한글요가 안 배웠죠? ㅇㅇ이도 같이 알려주면서 해요!"

"기역 어떻게 만드는지 기억나요?"

"기역이요?"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되물었다.

"기역 해요."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네, 기억해봐요!" 내가 재촉했다.


어찌어찌 기역, 니은으로 넘어갔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몸을 이리저리 구르며 덩치 큰 남자아이 위에 올라타려 했다.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하던 그때 담당자가 개입했다.

"자꾸 말 안 들으면 앞으로 요가선생님한테 오지 말라 그런다?!"


못 들은 척 수업을 이어나갔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덩치 큰 남자아이 위로 올라탔다. 덩치 큰 남자아이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담당자가 다시 말했다.

"일어나, 일어나"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는 담당자를 보며 순간 당황한 나머지 "오늘은 ㅇㅇ이가 요가 안 하고 싶나 보다..."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요가할 거야!"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아, 할 거야? 같이 해보자 그럼! 아니면 한글요가만 하고 다른 것도 해보자!"라고 달래며 수습했다.

그러자 덩치 큰 남자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내며 교실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글요가를 서둘러 끝내고 화제를 바꿨다.


"우리 저번에 또 뭐 했지?"라는 나의 물음에

"동물요가"라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가 대답했다.

집중하지 않고 있다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답변하는 아이를 보고 의외라 놀라웠다.

"동물은 멧돼지 해요!"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언제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으로 나를 놀래키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고양이 자세를 하며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무슨 생각에선지 아이를 따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멧돼지가 먹이 먹으러 왔다! 크왕"

"아 도망쳐!!"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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