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걸음(1)

익숙해지는 일

by 복순이

10월 약속했던 두 번의 봉사활동을 마친 후 12월까지 기간을 늘려 활동을 이어가기로 협의했다. 두 번째 수업에서 '보고 싶었다'고 했던 아이의 말에 마음이 기운 것 같다.


11월 1일, 지난번처럼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어쩐지 도로가 북적이는 모양새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복잡한 지하철역을 벗어나 인근 카페까지 걸었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지난번 한글요가와 함께 눈여겨봤던 영어(알파벳) 요가를 재생했다. 같은 채널에서 만든 요가라 그런지 동작이 비슷해 익숙했고, 난이도도 적당해 보였다. 수차례 반복재생하며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이전 수업에서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준비운동 없이 바로 본 동작을 하면 다칠 수 있으니 오늘부턴 준비운동을 넣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하나 둘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그러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조금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 스스로를 다독였다.


비교적 조용한 교실, 인원이 많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보다는 낯선 이들이 많이 보였다. 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가족여행을 가서 오늘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보조교사와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오늘도 요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반가운 얼굴,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요가는 쪼끔 해요, 조-금!"

그리고 이내 덧붙였다.

"열 번 해요 여-ㄹ, 다섯 번이요! 다섯 번!"


아이의 말에 좋아요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어쩐지 서운했다. 그래, 나도 빨리 가고 좋지 뭐... 라고 생각하며 준비운동을 하기 위해 분위기를 잡았다.

"같이 앉아서 고개 앞뒤로 왔다 갔다 이렇게 해볼까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다시 말했다. "저번에 배운 거 복습하기 전에 몸을 안 풀면 다칠 수 있으니 가볍게 풀고 해요. 손을 이렇게 탈탈 털어볼까요?"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을 꺼냈다.

"(손에 들고 있는 자신의 창작물을 가리키며) 이거는요?"

다른 곳에 두고 수업이 끝난 후 감상하겠다고 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는 쉬가 마렵다고 했다.

사실상 수업에 참여하는 이는 그가 전부인지라 하는 수 없이 화장실 다녀온 후 시작하기로 했다.


화장실에 간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우두커니 앉아있던 덩치 큰 남자아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키도 얼굴도 얼핏 중학생 이상은 되어 보이는 큰 아이, 그 아이는 지난 두 번의 수업에서도 아무런 말없이 교실을 맴돌기만 했다. 오늘도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담당자가 들어왔다.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는 아이들을 향해 "요가 안 할 사람은 나가!" 라고 말하며 서너 명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곤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를 교실로 들여보냈다.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방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오늘은 두 명이서 해요, 두 명!"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는 오늘도 요가엔 별 관심이 없는 듯 교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방 안에는 나와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아이, 그리고 덩치 큰 남자아이, 이렇게 4명이 전부였다.


보조교사가 자리를 비운 방 안을 둘러보며 어쩐지 수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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