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인다는 것
2026년에도 요가수업을 계속하게 되었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려 한다.
센터에 도착해 안경을 쓴 여자아이,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와 인사를 나눴다. 교실 안에는 덩치가 큰 남자아이와 양갈래 머리의 소녀도 함께였지만 새해가 되어도 그들의 말과 표정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블록조립에 한창이었다. 아이에게 지금은 요가하는 시간이니 하던 것을 멈추고 수업이 끝난 후 다시 해도 된다 말했다.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알겠다며 블록을 정리했다.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오늘은 무슨 요가를 할 거냐 물었다. 따로 하고픈 것이 있나 싶어 그에게 무얼 하고 싶나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동물요가를 해보자고 했다.
고양이자세와 소자세를 번갈아 하며 소리를 내었다.
강아지자세로 교실을 기어 다니다가
개구리가 되어서 폴짝폴짝 뛰어 보고
뱀이 되어 폴짝이는 개구리를 발견했다.
"아나콘다도 있어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말했다.
"원숭이도 있어요! 원숭이는 이렇게 해요. 호하호하"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말했다.
"원숭이는 여기에 매달려 있잖아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천장의 형광등을 가리켰다.
"매달리면 우리 떨어져!"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가 되었다가
동물의 왕 호랑이로 변신했다. 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자신이 어린 호랑이라고 했다.
어흥 소리를 내며 어슬렁 거리다가
범고래가 되어 바다를 유영했다. 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범고래가 빠르다고 했다.
"언제 쉬어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물었다.
살짝 지루해 보이는 표정에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아까 갖고 놀던 블록을 마저 하고 싶어 했다.
"벌써 쉬어?" 담당자가 물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블록을 갖고 노는 아이를 향해 흘끗 시선을 던졌다.
오후 2시 10분
시간을 확인한 후 안경을 쓴 여자아이 곁에 앉아 블록을 가지고 놀았다.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학교에서 누군가 장난치는 바람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던 일, 생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센터에 언제 오는지, 가족과 에버랜드에 가서 후룸라이드를 탄 것, 블록으로 만든 정수기의 버튼을 누르면 "띵동" 소리와 함께 블록에서 물이 나온다는 등
블록을 조립하는 여자아이와 내 곁에서 그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다른 교실에 있던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안경을 쓴 여자아이와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를 불렀다. 안전교육 수업을 해야 하니 옆 교실로 이동하자는 것이었다.
블록을 갖고 놀던 아이들은 요가수업시간이라 안된다, 싫다며 자리 옮기길 거절했다.
요가수업을 재개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들의 핑계가 자못 귀여워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보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45분을 흘려보내고 다음 주에 만나자며 인사하는데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했다. "다음 주에 못 오는데. 이사 가요!"
이사 가면 센터에도 못 나오는 거냐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다음 시간부터 그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